이제는, 내게 주어진 역할보다, 그냥 나로써 살고 싶어.
얼마전 이효리가 유퀴즈에 나와서 한 이야기를 보고 나의 삶을 되돌아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몇년전부터 부풀어 오르던 생각이 더 깊게 머물렀다. 이제는 사회에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기보다, 나 자신에게 더 솔직한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이효리처럼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어하는 측은지심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효리와 달리, (상대방은 원하지 않거나 아무생각이 없는데도) 나는 항상 무언가를 더 해주지 못해 필요없는 초조함을 느꼈다. 이효리가 김윤아의 '고잉홈'이라는 노래에서 언급했는데, 나는 내가 뭔가를 더 해주고 싶어서 초조할 뿐만 아니라, 그만큼 받기를 원하는 마음도 컸던 것 같다. 특히 가족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받고 싶은 욕망이 더 커서 너그럽지 못하고 친철하지 못했다. 주는 것에도 초조했지만, 더 받을 수 없을까에 대해서도 초조한 마음이 컸다. 그러면서, 나의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모해 갔고, 내 몸과 마음의 체력이 떨어지는 걸 느껴가고 있다.
또한, 대외적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직업을 가진 나는 주변인들의 시선, 좋은 인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의무감 속에서 내 본연의 모습을 잃고 살아 가고 있었다. 늘 실수할까봐, 비난받을까봐, 에 대한 불안감의 한가운데서 살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일을 하려고 하면, 구토감이 몰려 오곤 했고, 사람들을 피해 다니며 메일과 톡으로 일을 처리하려 하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이효리가 제주도에서의 삶을 통해 에너지를 되찾은 것처럼, 나도 내 에너지를 회복할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이제는 나와 내 주변을 탓하기보다 필요한 만큼 충분히 쉬면서, 나에게 기쁨과 평안을 주는 일들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기대보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집중하는 "나만의 시간"을 늘려갈 것이다.
내 취향에 맞는 공간에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지극히 사적인 삶을 꿈꾼다. 때로는 세상과 거리를 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필요하다면 멀리 떠나 새로운 영감을 얻는 여행을 하는 것도 좋겠다.
이효리가 다짐했듯이, 사랑을 받는 데 집착하기보다 사랑을 베푸는 데 더 많은 관심을 두되, 그것조차도 의무가 아닌 내 마음이 흐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한 것에 더 집중할 때 더 건강한 자존감을 갖고 참다운 나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나의 강점을 더 들여다 보는 데 시간을 투자하고, 달리기를 할 때도 기록을 재기보다 그저 달리는 자체의 즐거움을 느끼듯, 삶도 그렇게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며 살아가고 싶다.
최근 들어 가까운 사람들이 떠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죽음으로 헤어지는 것은 결코 결코 치유되지 않는다. 잊혀지지 않는다. 그냥 그 아픔 그대로를 가지고 평생 가는 거다. 시간이 지나면 옅어질 줄 알았는데 아니다. 나의 죽음도, 내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도 가까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 헤어질 지 모르는 사이이기에, 서로에게 친절해야 한다. 친절이란 단어가, 이렇게 내 삶에 깊숙히 박힐 줄이야.
이제는 내가 왜 무기력한지 스스로를 탓하지 말고, 필요한 만큼 쉬어주면서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들은 줄여나가야겠다. 술을 마시거나 의무적인 만남보다는 나 혼자만의 시간, 나를 채우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엇을 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이제야 실감한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에너지를 채우는 일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게 아니라, 단지 내 상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거다.
이제는 사회가 정한 기준이 아닌, 나를 돌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에너지를 채워, 지극히 사적이지만 그저 평안한 순간으로 이어지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