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집에 하숙생이 생겼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 엄마는 그 집에서 생활하기 불편해하셨고, 그 동네 밖으로 나가기도 싫어하셨다.
거실에 요 하나 깔고 그 위에서 주무시고 드시고 다 하셨다.
아빠 생각이 나는 안방에는 들어가기도 싫고, 동네 나가면 아빠 안부를 묻는 사람들도 보기 싫었나 보다.
그래서 돌아가시고 얼마 안 돼서 바로 그 집을 정리하고 남동생 네 집 옆 아파트로 이사를 가셨다.
이사를 가기전, 올케에게 정말 괜찮겠냐고. 홀로 된 시어머니가 너희 집 옆으로 이사와도 괜찮겠냐고 여러번 물었다.
당연히 괜찮다고 말해주는 올케가 너무 고마웠다.
올케는 아이들을 데리고, 일주일에 서너 번씩 와서 저녁을 먹어주고 식사를 챙겨주고 여러 가지를 돌보아 주었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그렇게 새로운 곳에서 엄마의 새로운 챕터가 열렸다.
그래도 그 동네가 전에 살았던 곳이셨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곳은 아니고 옛날 친구분들도 있고 하셔서 잘 적응을 하며 지내셨다.
월요일엔 노래교실, 화목에 아쿠아로빅 수영, 수요일엔 스크린 골프.
신축아파트여서, 매일 헬쓰장에 가셔서 운동하고, 샤워하시고.
아빠가 계실때는,늘 아빠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느랴 대기모드였던 엄마는,
친구들의 모임에서 늘 스케줄이 안되는 멤버였는데, 이제는 늘 참석하는 멤버가 되었다.
엄마도, 친구들과 이렇게 놀아보는게 처음이라고 하셨다.
그래도 늘 빈집에 불을 켜고 들어가는 엄마가 안쓰럽기도 했다.
그러다가 대전에 사는 내 오래된 후배가 서울에 발령이 나서 며칠 잠잘 곳을 찾고 있었다.
아이들이 대전에 있기 때문에 이사를 오기는 부담스럽고, 서울에서 3 -4일 근무하기 때문에 그 며칠 잘 곳을 구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밥 세끼가 나오기 때문에, 정말 잠잘곳이 필요했고, 그것도 3-4일 정도만 필요했다.
나하고도 30년 된 오래된 친구이고, 그 친구의 성품이 어떠한지 알기 때문에 선뜻 엄마 집이 생각이 났다.
“우리 엄마 혼자서 지내시고 네가 직장으로 출근해야 되는 곳에서 지하철로 한 번에 가는데 너 우리 엄마 집에서 하숙할래?”
그랬더니 서울의 비싼 집값에 놀라서 구할 곳을 못 지내고 있었던 후배는 선뜻 좋다고 얘기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에서 조금 괜찮은 곳을 고르자면 월세가 100 정도에 가까운 곳이었고, 그것도 장기로 계약을 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또 서울로 출근하는 거가 두세 달 이후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장기 계약을 하기도 부담스러워 했다.
보증금을 넣고 6개월 1년 계약을 하기는 부담스럽고 아이들 학원비도 한참 많이 들어갈 때이기 때문에 백만원이 넘는 월세를 부담스러워했다.
그래서 지하 단칸방을 구할까 하면서 50만 원 정도에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니, 언제든지 계약을 그만둘 수 있고 한 달에 50만 원 정도 제공한 곳에서 지낼 수 있다고 하니 그 친구도 나쁘지 않았다.
나 역시 엄마가 혼자 사는 집에 그래도 누가 드나들다 보면 엄마도 조금이라도 온기를 느끼지 않을까 싶어서 나에게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엄마가 지내는 아파트는 새 아파트이기 때문에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어서, 잠만 잘 그 친구도 괜찮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우리 엄마는 하숙생을 받기 시작했고, 그게 어제가 첫날이었다.
엄마가 그 친구와 더불어 하숙 생활을 잘 지내기를 바란다.
약간의 온기라도 느끼면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그 후배도 서울 대전을 왔다 갔다 하는 회사 생활에서 조금이라도 편안함을 느끼기를 원한다.
지금은 일단 두 달 정도로 시작을 했고, 나중에는 그 친구가 대전에서 출근하는 기간을 지금은 4일 정도에서 1-2일 정도로 낮추려고 한다.
그럴 때도 하루이틀 와 있을 수도 있겠지.
엄마가 혼자서 잘 지내셨으면 좋겠다.
나는 내 부모님이, 내 아이들이, 내 남편이, 혼자서도 잘 지냈으면 좋겠다.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내가 돌보지 않아도, 잘 지냈으면 좋겠다.
머리속 안테나가 많은 나는, 누가 힘들어하거나 불편해 하면, 그걸 돌보거나 해결해 줘야 하는 강박이 생기고,
그걸 해주다보면, 내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내 주변 사람들이 편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내 머리속 안테나를 하나 끌수있어서, 그게 나에게는 평안함을 준다.
그렇게 엄마의 하숙 생활은 시작이 되었다.
그게 엄마에게 작은 온기라도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