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으면, 안해도 되잖아?

65세까지 일을 계속 한다는건, 축복일까? 불행일까?

by 커피맥주

나는 다행히도 만 65세에 정년퇴직을 하는 직업을 가졌다.

그게 축복인지 불행인지를 잘 모르겠다.

어찌 생각하면 100세 인생에서 65세까지 일을 할 수 있고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미 20년 이상 하고 있는 일을 앞으로 10년 넘게 더 한다라고 생각을 하니 지루하기도 하고, 따분하다.

무엇보다, 나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재산인 "시간"이 한정적이라는걸 알기에, 지금의 일을 계속하는게 맞는가란 의구심이 계속 든다.


지금의 일을 계속 하는 남은 인생의 시간이, 벌써 재미가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하고싶어서, 좋아서 시작한 일이 아니기에 더 그런듯 하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더 열정이 사라지기 전에, 내가 살아있는 이 인생에서 진짜로 내가 하고 싶은 거를 시도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럼에도 나는 왜 지금 일을 그만두는 것을 망설이는가?

첫 번째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경제적인 이유가 있다.

지금 내가 다른 일을 한다고 해서 지금 만큼의 경제적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없다.

그렇지만 또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우리 부부는 일찍 결혼한 탓에 두 아이들의 대학 공부를 거의 마쳤고,

큰아이는 벌써 경제활동을 시작하였고, 둘째 아이도 서서히 경제적 독립을 올해 안에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둘의 인생 후반만 책임지면 되는 건데, 둘 다 욕심이 많지 않고, 사치나 허영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조금만 조절을 하면 큰 욕심 없이 큰 돈 필요하지 않고 또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사는 집을 정리를 하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적당히 재테크를 하면서 살면, 남은 인생을 소박하게는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거는 경제적인 이유가 최우선 이유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왜 못 그만두는 걸까? 일단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확신이 없다.

일을 그만두고, 지금의 일상을 그만둔다면, 난 무엇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일년을 보낼까?

뭔가를 배우고, 여행을 다니는 것도 계속 하면, 지루하지 않을까?


그런데 꼭 확신이 있어야만 지금의 일을 그만 둘 수 있는 걸까?

사실 확신이 있다면 진작에 그만두고 실행을 했겠지.

확신이 있어서 일을 그만두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지금까지 그런 용기가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에게 맞지 않은 재미없다고 생각이 되는 이 일을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거겠지.

나는 지금 하고 있는 내 직업에서의 일이 나하고는 맞지 않고 흥미를 잘 느끼지 못해왔다.

물론 이 일을 열심히 하면서 보람도 있다. 그리고, 그럼에도 남들보다 또는 그 이상 성과도 이루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 일이 맞지 않는다고? 그런데, 그렇게 일해왔어?" 라고 의구심을 가질만큼, 어느 정도 이상의 성과와 보람을 얻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혹자는, 아무리 맞지 않는 일이라고 해도, 20년이상 해온일이면, 좋아서 한일 아니냐고 한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어느정도의 책임감, 그리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는게 맞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게 나에게 딱 맞는 일이라는, 이게 내 인생의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나에게 남겨진 시간이 한정적이라는걸 느끼는 나이가 되어갈수록, 이 일을 계속 하는게 나를 위하는 일인가 싶다

그래서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지만 그 모호한 안개 속으로 걸어가는 데 있어서 두렵기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고 이 돌아가는 쳇바퀴에서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이제는 용기를 내봐야지, 용기를 내봐야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봐야지 그런 마음을 다잡곤 하지만 정말 쉽지 않다.


얼마 전에 지금의 직업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지원을 해 놓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 결과는 두 달쯤 뒤에 나오게 될 거고, 그게 잘 된다면 나는 앞으로의 5년을, 지금의 직업을 무난히 하면서 지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그런데 정말 이제는 재미가 없다. 그래서 은근히 이번에 지원했던 일에서 떨어져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만약에 그게 잘 안 된다면 나는 지금의 일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거고, 그렇게 되었을 때 다른 일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 능동적인 의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에서의 원인이 주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바보 같은 모습이다.


내가 만약 지금의 일을 그만둔다면 그렇다면 나는 당장 무엇을 할까?

사실 마냥 1년은 쉬고 싶다. 책도 마음껏 읽고 싶고, 산책도 마음껏 하고 싶고 운동도 마음껏 하고 싶다.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한다는 미안하고 죄스런 마음 없이, 흐르는 시간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

문제는 그렇게 길어봤자 1년 2년이겠지.

몇 개월을 지나고 나서 보면 그때 주어지는 공허함 이 있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의 이기적인 마음도 하나 있다.

지금은 내가 일을 한다라는 핑계로 양가 부모님께 적당히 떨어져서 지낼 수가 있다.

그런데 앞으로 부모님은 더 나이가 드실 것이고 자식들의 손길이 필요로 하게 될 때인데, 그때 내가 일을 안하고 있다면, 부모님을 돌보아야 하는 역할을 내가 전담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그런 두려움도 솔직히 있다.

사실, 부모님은 아프시지 않으실 수도 있고, 자식들에게 의존적이지 않으시기에 그러지 않으실 수도 있다.


늘 미래의 많은 경우의 수에 대해서 미리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내 특유의 이 생각 많음 때문에 나는 여전히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오늘도 하루하루 꾸역꾸역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지금 일을 그만두었을 때 어떠한 미래가 펼쳐질지, 지금 내가 걱정하고 있는 일들이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내가 쉬고싶다면, 쉬는게 맞을까?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나는 용기를 내어서 저질러야 하는가 그런 고민을 어제도 했고 오늘도 했다.


나에게 지금 필요한 건 용기일까 무모함일까 신중함일까?

일을 할 수 있는 감사함과 지루한 일상에 대한 평안함을 지켜야 하는걸까?

아니면, 아직은 살아있는 내 삶에 대한 변화에 대한 갈망을 살려야 하는걸까?


이 고민을 수도없이 해왔고,

작년, 올해 더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내 마음속, 또다른 나는 분명 응원하고 있다.

그만둬. 일 그만해도 해. 지금 하기 싫으면, 하지마. 안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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