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다.
다시 한번, 스토너.
평범한 삶에 대한, 순간의 기록들의 합을 기록한 소설이다. 마치 실화인듯 느껴지는 실제같은 한 사람의 삶.
여느 소설속 주인공처럼, 스토너는 그렇지 않다.
일생 단 한번 느꼈던 사랑도, 결혼도, 자녀도,
성공한것도 아니고, 실패한것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의, 결혼, 사랑, 자녀, 일....
우리 모두의 삶이 그렇지 않은가....좋은것만 있는것도 아니고, 나쁜것만 있는 것도 아니, 그냥 어정쩡한 그 애매한 어디쯤.
어떤 평론가는, 스토너가 대학에서 문학으로 전공을 바뀐 이후로, 자기 선택에 따른 주도적인 삶을 살았기에 의미있어 보인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스토너는 누구보다도, 삶과, 시대와 타협하며 살아온 삶이다. 그러기에 평범하고, 그렇기에 울림이 있었다.
그의 죽음에 다다랐을때, 오랜만에 책읽다 눈물이 나왔다. 그의 그저그런 어정쩡한 삶이 끝나는게 아쉽고, 안타까워서.
결국 끝은 이렇구나...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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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짐작했던 것만큼 훌륭한 책이었다. 문체는 우아했고, 명석 한 지성과 냉정함이 열정을 살짝 가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글 속에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지금도 그녀의 모습 이 어찌나 생생한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갑자기 그녀가 바로 옆 방에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조금 전까지 그녀와 함께 있다 가 온 것 같았다. 방금 그녀를 만졌던 것처럼 손이 저릿거렸다. 그 자신은 예순 살이 다 되었으므로 그런 열정이나 사랑의 힘을 초월 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초월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도 영 원히 초월하지 못할 것이다. 무감각, 무심함, 초연함 밑에 그것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강렬하고 꾸준하게. 옛날부터 항상 그곳에 있었다. 젊었을 때는 잘 생각해보지도 않고 거리낌 없이 그 열정을 주었다. 아처 슬론이 자신에게 보여준 지식의 세계에 열정을 주었 다. 그게 몇 년 전이더라? 어리석고 맹목적이었던 연애시절과 신혼 시절에는 이디스에게 그 열정을 주었다. 그리고 캐서린에게도 주 었다. 그때까지 한 번도 열정을 주어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그는 방식이 조금 기묘하기는 했어도,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 다. 하지만 자신이 열정을 주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했을 때 가장 온전히 열정을 바친 것 같았다. 그것은 정신의 열정도 마음의 열정 도 아니었다. 그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힘이었다. 그 두 가지가 사랑의 구체적인 알맹이인 것처럼. 상대가 여성이든 시(배)든, 그 열정이 하는 말은 간단했다. 봐! 나는 살아 있어.
그는 자신을 노인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나 역시, 내 삶은 억지로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하는, 늘 열정없는 삶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음은 맞다. 그런 최선을 다하는 순간이, 나의 열정이지 않았을까. 열정을 주고있음을 의식하지 못했을때, 가장 온전히 열정을 바치고 있었던 내 삶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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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레이스가 떠난 뒤 조급하게 죽 음을 기다리는 순간들이 가끔 있었다. 별로 여행을 하고 싶지도 않 으면서 여행을 떠나는 순간을 기대하는 사람처럼. 모든 여행자가 그렇듯이, 그도 떠나기 전에 할 일이 아주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일들이 무엇인지 생각나지 않았다.
….
가끔 이디스가 그의 방으로 들어와서 침대 옆에 앉아 그와 이야 기를 나누었다. 사소한 이야기들이었다. 두 사람이 편안하게 알고 지내는 사람들 이야기, 캠퍼스에 새로 지어지고 있는 건물 이야기.해체된 옛 건물 이야기•••·•. 화제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두 사람 사이에 새삼 고요한 분위기가 자리를 잡았다. 그 조용한 분위기는 사랑이 시작될 때와 비슷했다. 스토너는 굳이 생 각해보지 않았는데도 왜 이런 분위기가 생겨났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입힌 상처를 용서하고, 자신들의 삶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지 생각하는 일에 빠져 있었다.
이제는 그녀를 바라보아도 후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늦은 오후의 부드러운 햇빛을 받은 그녀의 얼굴이 주름 없는 젊은 얼굴 처럼 보였다. 내가 좀 더 강했더라면.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그 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무정한 생각을 했다. 내가 저 사람을 좀 더 사랑했더라면. 아주 먼 거리를 움직이는 것처럼 그의 손이 이불 위 를 움직여 그녀의 손에 가 닿았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 뒤 그는 스르르 선잠이 들었다.
너무 어려서 한 결혼이였기에, 우리 부부는 미숙한 결혼 생활을 해왔다. 많이 싸웠고, 많이 부딪혔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을 했던가가 의심스러울 만큼. 그렇게 30년가까이가 흘렀다. 수많은 순간 헤어짐을 다짐했고, 그렇지만 용기내서 헤어지진 못했다. 그럼에도 지금 내 베스트프렌드는 남편임이 틀림없다. 나의 부족한 면, 부끄러운 면도 가장 많이 알고, 나의 20대초반 모습부터 모두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 그 사람에게 늘 더 다정하지 못함을 후회하지만, 더 다정하게는 못하며 살고 있다. 나중에 죽음의 순간에, 스토너와 같은 생각이 들려나..내가 조금더 다정해지면, 나중에 저 무정한 생각이 좀 덜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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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남들 눈에 틀림없이 실패작으로 보 일 자신의 삶을 관조했다. 그는 우정을 원했다. 자신을 인류의 일 원으로 붙잡아줄 친밀한 우정. 그에게는 두 친구가 있었지만 한 명 은 그 존재가 알려지기도 전에 무의미한 죽음을 맞았고, 다른 한 명은 이제 저 멀리 산 자들의 세상으로 물러나서·••·•.. 그는 혼자 있기를 원하면서도 결혼을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된 열정을 느끼 고 싶었다. 그래서 그 열정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 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열정이 죽어버렸다. 그는 사랑을 원했으며, 실제로 사랑을 했다. 하지만 그 사랑을 포기하고, 가능성이라는 혼 돈 속으로 보내버렸다. 캐서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캐서린." 그는 또한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 지만, 거의 평생 동안 무심한 교사였음을 그 자신도 알고 있었다.
언제나 알고 있었다. 그는 온전한 순수성, 성실성을 꿈꿨다. 하지만 타협하는 방법을 찾아냈으며, 몰려드는 시시한 일들에 정신을 빼 앗겼다. 그는 지혜를 생각했지만, 오랜 세월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무지였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그는 생각했다. 또 뭐가 있지?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눈을 뜨니 사방이 어두웠다. 그는 창밖의 하늘을 보았다. 진한 검푸른 색 공간. 구름 속에서 가느다란 달빛이 보였다. 아주 늦은 시간인 것 같았다. 밝은 오후의 햇빛 속에서 고든과 이디스가 옆에 서 있던 것이 조금 전이었던 것 같은데. 아니, 아주 오래전의 일이 었나? 그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몸과 함께 머리도 틀림없이 쇠약해졌다는 사실은 그도 이미 알 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느닷없이 깨닫게 될 줄은 몰랐다. 몸은 강해.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해. 항상 계속 살아가려고 하지.
스토너, 넌 무엇을 기대했나? 나는 이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나?
내가 무엇을 남기길,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저 나의 아이들이 좋은 엄마로 기억해 주길 바랄뿐이다.
그 나머지는, 그냥 내가 즐기다 가면 된다. 오늘 하루도 즐겁게 놀아야 하는 이유다. 살아있는 동안, 아프지 않고 불편하지 않기 위해서, 운동을 하고, 체중조절을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