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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림 Jan 18. 2022

동네에 새로운 가게가 생겼다

좋아하는 마음은 표현하는 거야


운동을 마치고 나오니 허기가 느껴졌다. 점심은 뭘 먹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길에서 항상 이런 고민을 한다.


아! 거길 가야겠다. 마침 집 근처에 새로 생긴 가게가 생각났다. 초록색 간판에 영어로 크게 'Misosand(미소샌드)'라고 적혀 있는 간판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파는 곳이었다.


동네에 새로운 가게가 생기면 늘 궁금증이 생긴다.


'여기는 뭘 팔까?'

'어떤 사람이 주인으로 맞이해주실까?'

'어쩌다 이 동네에 장사를 하기로 마음먹으셨을까?'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새로운 가게에 방문하는 편이다. 이건 동네에 터를 잡아준 사장님들에 대한 고마움과 얼마나 맛있는지 먹어보자는 깐깐함이 섞인 중간 어딘가쯤의 결과일 것이다.




"어서 오세요!"


작은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중년의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인사를 듣자마자 작은 가게에 밝은 기운이 넘쳐났다. 이 집은 왠지 맛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나는 연어 샐러드를 주문했다.


"오늘 처음 오셨죠? 반가워요! 맛있게 해드릴게요."  


사장님의 환대에 벌써부터 배부른 느낌이다. 정신을 차리고 받아 든 샐러드는 구성이 알차고 신신한 채소가 가득 들어있었다. 양상추, 적양배추, 방울토마토, 적양파와 같은 갖은 채소와 식감을 위한 그래놀라, 옥수수콘이 푸짐하게 담겨있었다.


아까의 인사를 듣자마자 이미 반쯤 마음이 동요했는데 받아 든 샐러드를 한입 먹고 나는 확신해버렸다. 이 가게에 단골이 될 것이란 걸..

 

푸짐한 연어 샐러드



혼자 살기 시작한 이후로 샐러드를 자주 먹었다. 아삭아삭한 식감의 채소도, 상큼한 드레싱도, 계란이나 닭가슴살 같은 걸 얹어 먹으면 포만감도 좋았다. 한창 자주 먹을 때는 채소 믹스를 사서 냉장고에 쟁여놓았다. 조금씩 사놓으면 항상 모자라고, 대용량으로 사다 놓으면 마지막 양상추는 꼭 시들기 마련이었다. 그런 나에게 집 근처 샐러드 가게의 오픈은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소식이었다. 심지어 맛있고 친절하다니.

나는 이 감동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다음날 다시 미소샌드에 갔다.


"안녕하세요!"


이번엔 내가 먼저 반갑게 인사했다.


 "저 어제 여기서 샐러드 사 먹었는데요. 너무 맛있어서 또 왔어요."


나는 이렇게 종종 좋아하는 마음을 참지 못하고 표현해버린다. 단숨에 읽어버린 책을 덮고 '와 이거 진짜 짱이다!' 라고 느꼈던 작가님에게 다짜고짜 DM을 보냈고, 타투를 받을 때도 당신의 그림을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켜봤고, 이 그림이 얼마나 짱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칭찬 폭격을 받는 사람 대부분 부끄러워하며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나의 말 한마디가 사장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가게 운영에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사장님의 환대가 하루 중 기쁨으로 다가와 사장님께도 그 기분을 꼭 다시 전달해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 동네에서 오래오래 같이 함께했으면 하는 마음도 몰래 숨겨놨다. 사람의 말에는 힘이 있다.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렇다.

 

 "정말요? 그렇게 말해줘서 너무 감사해요."


사장님의 대답이었다. 아마 그날은 전 날보다 샐러드 맛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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