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휘휘 Apr 22. 2020

핏기가 가시면 우는 법을 까먹는다

어머니의 배를 온몸으로 가르고
태어나 울음을 터트리던 핏덩이가
피를 못 본단다
태어날 때 신나게 울어놓고
이제 와선 우는 법을 잊었단다

흐르는 강물이 붉어지면
보를 터트릴 거 같이 흐르면
그것이 꼭 어머니의 뱃속을 헤집던
콕 찌르면 펑하고 터지는 핏덩이 같았다

누군가 내 어깨를 토닥이면
고개를 웅크리고 말했단다
죄송해요 제가 피를 못 봐요
불을 끄고 눈을 감으면
선홍색 살덩이가 보이더란다

그게 꼭 엄마 뱃속 같아서
마음이 편해졌단다
살덩이에 양수가 차올랐다

매거진의 이전글 천국에 가던 날 룰렛을 돌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