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아주 작아서
뭘 보려 들면 아버지 어깨 위에 올라타서
머리 하나를 더 띄워야 했을 때 말이야
뼈가 무서웠어
1억 년 전 죽은 사체의 뼈를 보고 있으면
눈두덩이에 뚫린 눈구멍이 수 없이 많아 보여서
그 구멍 하나하나가 날 보고 있는 거 같았어
물이 무서웠어
부레가 없어서 평생을 헤엄쳐야 하는
시지프들의 유영을 보고 있으면
내 살갗을 뚫고 들어올 거 같았어
사실 유리 터널을 건널 때마다 무서웠는데
티 안 내고 걸었어
가오리가 무서웠거든
항상 웃는 얼굴로 아가리를 벌리는
태연함이 날 삼켜버리는 줄 알았어
나는 커다란 구멍 속 감춰진 그것이
평생을 헤엄쳐야 하는 물속의 시지프가
그의 입 속에 감춰진 그것이
너무 무서워서 한여름에도 이불을 덮고 잤어
요즘엔 항상 창문을 열고 자
유리창의 색이 시시각각 변할 때
밤은 더 까매질 수 없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