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da kim의 글
모든 에세이에는 조금씩 징그러운 구석이 있다. 자기 얘기를 직접 가공하고 포장해서 책으로 쓰는 과정은 어느 정도 징그러울 수밖에 없다. 매혹적이거나 새롭거나 웃기거나 감격스럽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징그럽지 않은 건 아니다. — 이슬아, <나를 깜빡 잊는 글쓰기를 향해>, <<릿터>> 26호, p39
또! 뭐가 ‘또’ 냐고? 이슬아 작가가 ‘자기 얘기’를 쓰는 것이 징그럽다고 말한 것이 벌써 여러 번이라는 뜻이다. 내가 기억하는 것만 해도 세 번이다. 팟캐스트, 강연, 그리고 위 글에서. 뭐가 그리 징그럽다는 것일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의 말을 오랫동안 반박하고 싶었다. 근거를 모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내가 들은 지 약 일 년 반이 지난 지금, 마침내 이슬아의 에세이론에 응답하는 글을 쓴다.
그러나 이 글은 반박문이 아님을 먼저 밝힌다. 반박할 수 없다. 나도 공감하기 때문이다. 지난 일 년 간 자기 서사를 쓰면서 여실히 느꼈다. 내 사건을 글로 가공하다 보면 이게 뭐 그리 중요한가 싶다. 예를 들어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 처음 쓴 글은 ‘내가 이제부터 글을 쓴다’라는 일종의 선언문이다. 어떤 활동에도 선언같은 행위가 필요치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글쓰기에는 그런 힘을 주게 된다.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기 위해 의미를 부여하니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슬아 작가의 말을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징그럽지만 내 이야기를 계속 떠들고 싶기 때문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밝히고 싶지 않은 사건이나 외면한 감정을 활자로 시각화하면, 후련해진다. 마음 속에 묻어 둔 이유는 아무래도 불안하기 때문이다. 내 약점이 되어 돌아올까봐. 그렇지만 꺼내고 나면 불안은 매우 작아진다는 것을 경험했다. 작년 겨울, 내 체형과 취향의 ‘불일치함’에 대한 글을 썼다. 힙하지 않은 과체중의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 테임 임팔라 같은 힙한 음악을 좋아하는 스스로에 대해. ‘과체중’이라고 스스로 라벨링하는 것이 두려웠다. 인터넷에서 내 몸은 투명하길 원했다. 힙한 취향에 어울리는 스키니한 몸으로 상상될 수 있도록. 그럼에도 써서 공개했다. 그 글은 내가 블로그에 올린 에세이 중 가장 많은 좋아요 수와 격려, 공감의 댓글을 받았다.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이 즐겁다. 작년 가을부터 백일 간 매일 글을 쓰는 챌린지를 했다. 내밀한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고민, 두려움, 자기 혐오, 챌린지를 하면서 난데 없이, 어떤 남자 아이돌을 좋아하게 되었다. 페미니스트로서, 결코 여성주의적이라고 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갈등이 컸다. 글로 풀어내고 싶었으나 동시에 그에게 ‘과몰입’하는 스스로를 전시하고 싶지 않았다. 부끄러웠다. 하지만 마감 시간은 지엄했다. 내 생각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다. 댓글 반응은 놀라웠다. 글 길이에 필적하는 장문의 댓글이 수두룩 달린 것이다. 대부분 같은 고민을 공유하는 내용이었다. 글을 한 편 올렸을 뿐인데 동료가 여럿 생겼다. 답댓글을 달며 느꼈다. 내 마음을 솔직히 드러내면 사람들도 본인의 마음을 정성스레 들려주는구나. 백 개의 글뿐만 아니라 서로의 마음에 가닿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못내 즐겁고 고마웠다. 더 이상 부끄럽지도 외롭지도 않게 되었다.
<<릿터>>에서 이슬아는 이렇게도 썼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옮겨 적었다. 더 중요하고 매혹적이고 더 급한 이야기가 나 말고 그들에게 있음을 알게 되어서다.’ 글쓰기를 훈련하며 나는 혼자서는 글을 쓸 수 없음을 배웠다. 타인의 숨결을 끊임없이 의식해야 덜 징그러운 에세이를 쓸 수 있음을. 그것은 내가 가공한 ‘나’를 지나치게 애틋해하지 않는, 세상에서 나와 내 이야기만 중요하다고 착각하지 않는 글이다.
징그럽지만 내 이야기를 계속 쓸 것이다. 내 글로 돈을 벌고 싶다. 많이. 그래서 올해는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글을 판매할 계획이다. 출판사를 통해 실물 책도 내고 싶다. 자기 서사에 셀링 포인트를 부여하는 것은 얼마나 더 큰 비위를 필요로 할지. 제 글은 솔직하고 재미있고 통찰도 있어요. 특별하죠... 힘들다. 그래도 쓸 것이다. 김다영의 다음 이야기가, 그의 글을 읽고 반응할 독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 글을 읽고 자물쇠를 걸어 장문의 글을 써준 여러분이 그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아 주기를 바란다. 여러분이 나의 ‘다른 사람’이 되어 주세요.
dada kim
브런치북 <분노의 글쓰기 클럽>은 동명의 글쓰기 워크숍에서 멤버들이 쓴 글을 묶은 매거진입니다.
그림 : A.K. Dolven - 2 a.m. south(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