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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 Han Mar 01. 2024

가끔 생선도 먹어요

Apr 13, 2020

한동안 요리는 주로 내가 하고, 아내는 설거지와 같은 뒷정리를 했다. 아무래도 요리를 맡으면 오늘은 무얼 먹을지 고민해야 하고 맛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뒷정리보다는 더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가끔 새로운 시도도 하지만, 맛을 보장하기 위해 웬만하면 여러 레시피로 돌려 막기를 하게 된다.


나에 비해 스케줄이 더 바듯한 아내도 한 번씩 조리대 앞에 선다. 아마도 한 번씩 다른 요리를 먹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육고기를 좋아하는 내 취향과 집 주변 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익숙한 식재료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생선 요리를 구경조차 하지 못하는 아내는 이따금 만만한 연어라도 집어다 구워냈다.

내가 생선을 잘 안 먹는 원인은 많은 가시에 있다. 특히 갈치처럼 한가운데, 양쪽 바깥을 발라내며 먹는 생선은 사절이다. 맛있지만 번거롭다. 연어는 그런 수고가 적어 종종 먹는다. 살이 두툼해 스테이크로 먹는다. 그래서 '굽는다'는 점에서 다른 생선과 조리 방법이 유사하지만, 연어 요리 주변에는 아스파라거스나 양파, 버섯 같은 채소를 더한다.

잘 구워진 연어 스테이크에 섬세한 피노누아가 곁들여지니 오늘 저녁은 그야말로 호사다. 고막을 녹이는 음악까지 더해 바빴던 오전과 오후를 복기하지 않았으면! 지친 하루의 끝을 이렇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조금 바쁜 삶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아, 물론 '조금' 바쁜 수준이 아니고, '많이' 바쁜 스케줄에는 역시 육고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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