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e Han Jul 21. 2023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딜리버리 바이 남편

남는 시간에 내가 부리는 최고의 사치는 원두 사러 가는 것이다. 우리 부부가 하루에 커피를 한 잔도 마시지 않는 일은 드물다. 커피는 기호식품이 아닌, 주식의 영역에 들어온 음료다. 수십 년간 커피를 마시다 보니 입이 나름 까다로워져, 맛집 찾아가듯 맛 좋은 커피집을 찾아다닌다. 그래서 좋은 향미와 밸런스 갖춘 원두를 사러 가는 길은 이미 마음이 든든하다. 고민 끝에 고른 원두는 한동안 끼니처럼 내려져 지친 몸과 마음을 깨우는 역할을 할 터이다. 카페에서 픽업하는 커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같은 원두여도 전문 바리스타의 손을 거친 커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맛을 내니까. 20분 정도 달려 단골집에 가는 차 안에서 나는 '오늘은 무얼 마실까, 아내에게는 무얼 사다 줄까' 생각하며 들떠있다. 가끔 대체 원두가 언제 동날까, 하고 기다리는 이유다. 오늘은 구입한 것과 같은 원두를 케멕스로 내린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내가 마셔본 중 둘째라면 서러운 아이스 라떼 한 잔을 더했다. 카페에서 '시가렛 애프터 섹스'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오후다.


매거진의 이전글 23% 부족한 김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