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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s Dec 12. 2022

[33주 임신일기] 아기 옷 빨래 지옥

유자청 만들기, 블랙 팬서:와칸다 포에버 관람, 아기 옷 빨래

32주, 휴직 첫 주, 아기 옷 정리하고 가구 주문하고 집 정리하고... 바쁘다 바빠

33주, 아기 옷 빨래, 간단히 하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고되다.



11월 14일 월요일 (33주 1일)

모처럼 여유로운 월요일. 집에 있는 건 정말 좋아하는 집순이지만, 집 안에서 무언가는 끊임없이 해야 하는 특이한 성격이다. 11월부터 제철인 유자를 활용해 유자청을 담가보려고 고흥 햇 유자를 무려 5kg나 주문했다. 유자청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유자를 씻고, 유자 씨를 빼고, 유자 껍질과 과육을 분리한 후, 유자 껍질은 원하는 모양대로 자르거나 다진 다음, 유자 껍질과 과육의 무게와 동일한 양의 설탕을 넣어 고루 섞으면 끝.


일단 유자 5kg를 베이킹소다를 이용해 박박 닦아준다. 유자는 껍질이 향이 진하고 영양소도 많기 때문에 껍질을 먹어야 하는 과일이다. 베이킹소다를 푼 물에 담갔다가 새 수세미를 꺼내 표면을 열심히 닦아줬다.

그리고 유자 씨 제거. 이게 제일 고된 작업이다. 내가 주문한 유자는 크기가 귤 중과 정도 사이즈였는데, 쪼만한 몸집에서 씨앗이 개당 6~8개는 나왔다. 씨앗을 빼내는 꿀팁은 유자를 꼭지 방향과 수직이 되게 가로로 자르는 것이다. 그럼 더 수월하게 씨앗을 제거할 수 있다. 나는 유자 씨를 제거하는데만 2시간 가까이 걸린 것 같다. 씨를 빼내고 과육(과즙)과 껍질을 분리해 모아두면 씨앗 손질은 마무리된다.

깨끗이 닦은 유자를 줄 세워보았다. 이거 옆에 이만큼 더 있는 것은 함정...

유자청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보통 유자 껍질을 채 써는 경우가 많다. 시판 유자청이 대부분 그러하다. 그런데 그렇게 채 썬 유자청의 경우 껍질까지 먹기가 별로 좋지 않다. 껍질의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만든 유자청을 베이킹에 활용할 목적이 더 컸기 때문에 어차피 조사버릴(?) 껍질, 다 다져버리자 싶었다. 그래서 나는 푸드프로세서에 껍질을 다 갈아버렸다.

쌀알 정도 크기까지 다진 껍질과 과육(과즙) 무게를 쟀더니 4kg 정도 되었다. (씨앗 무게가 1kg나 된다고?) 백설탕과 황설탕을 적절히 섞은(섞는 건 그냥 취향이다. 나는 그냥 백설탕이 부족해서...) 4kg의 설탕을 유자와 섞는다. 보통 큰 대야에다가 하던데, 난 식품용 대야가 없어서 집에 유일하게 있는 10L 정도의 곰솥을 이용했다. 위생장갑을 끼고 열심히 섞어준 뒤 열탕 소독한 유리병에 담아주면 끝.

유리병은 이케아에서 구매

1L짜리 유리병 6개를 가득 채우고 조그만 딸기잼병 하나도 채웠다. 1L짜리 유리병은 부모님 댁, 시부모님 댁, 친구들, 옆집에 각각 나눠주고, 나는 가끔 차로도 타 마시고, 에이드로도 해 먹고, 베이킹에도 써먹어야지.

실온에 2~3일 정도 숙성시킨 후 냉장보관을 하면 된다! 유자청 저만큼 사려면 가격이 꽤 나간다. 심지어 시판 유자청 중 설탕과 유자가 1:1로 들어간 유자청은 더 비싸다. (성분표를 항상 보고 사자. 생각보다 그냥 유자가 아니라 유자 당절임 50% 정도인 제품이 많은데 이런 경우 1:1이 절대 아니다.) 

고흥 햇유자 못난이 혼합과 5kg! 32000원의 행복이다. (아, 설탕 값은 별도 ㅎㅎ)

이런 경우 유자 함량은 28% 정도...


11월 15일 화요일 (33주 2일)

남편의 회사는 소소하게 직원과 직원 가족들을 위한 이벤트를 많이 하는 편이다. 지난번엔 캠핑에 당첨되어서 공짜 캠핑을 다녀왔었는데, 이번엔 영화를 보여준다고 하여 다녀왔다. 

와칸다 포에버!

개인적으로 1편 블랙 팬서를 정말 재밌게 봤었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팬으로 디즈니 플러스까지 구독해가며 열심히 챙겨보고 있는 애청자인데, 블랙 팬서2라니..! 못 참지! 안 그래도 보려던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어서 CGV로 달려갔다. 어린아이들도 많이 왔던데... 2시간 40분은 아이들에게 버거운 러닝타임이었다. 수중세계를 떠올린 건 감탄할만한 상상력이었지만 역시 채드윅 보스만의 빈자리는 무엇으로도 채우기 어려웠다. 다소 아쉬웠던 영화. 오랜만의 영화관 나들이로 만족.


11월 17일 목요일 (33주 4일)

드디어 아기 옷 빨래를 하는 날이다. 원래는 화요일에 아기 옷 수납을 위한 서랍장이 도착하면, 미리 소독해 준비해두고 목요일에 빨래를 해 착착 넣어 둘 생각이었는데, 웬걸, 한샘 가구 배송은 시간 지정이 안되고, 지정받은 시간은 오후 7시였다. 너무 늦잖아? 심지어 영화를 보러 갈 약속이 있어 무료로 1회 배송 지연을 신청했다. 그렇게 해서 제일 빠른 날짜가 금요일이라 아기 옷 빨래부터 해야 했다. 엄마가 우리 집에 와주시기로 약속한 날짜가 오늘이었기 때문이다.


아기 옷 빨래를 하기 위한 사전 준비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일단 밀렸던 어른 빨래를 다 해치웠다. 우리 집은 어두운 옷, 밝은 옷, 속옷, 수건을 분류해 따로 빠는데, 이렇게 4번의 빨래를 돌리고는 세탁기에 과탄산소다를 부어 무세제 통세척을 했다. (우리 집 세탁기, 건조기는 삼성 AI 그랑데 2020년 구매...) 

아기가 태어나기 전 세탁기 분해 청소를 맡긴다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우리 집은 세탁기를 사용한 이후 항상 문을 활짝 열어두고 세제함도 꺼내 둔다. 그래서 나는 따로 분해 청소는 하지 않고 과탄산소다로 무세제 통세척만 1회 돌리기로 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세제함 청소와 배수 필터 청소까지...

세탁기 배수 필터와 세제함... 열심히 닦았다...
배수필터 청소 방법

그리고 건조기는 먼지필터를 꺼내 물로 잘 세척하고 그늘진 곳에 말려두었고, 열교환기와 3차 필터도 청소했다. 열교환기에 낀 축축한 먼지는 정말 제거가 어렵다. 그냥 대충 끌려 나오는 먼지만 제거하는 수준...

이렇게 사전 준비를 어제 다 마치고 오늘은 본격 빨래 타임!

아기 옷 빨래를 위한 세제는 비앤비 아기세제 무향을 준비했다. 쿠팡에서 로켓 배송으로 주문했고, 더 비싸고 좋다는 아기세제들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인증을 받은 아기 세제라면 굳이 비싼 걸 사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가성비 템을 골랐다. 아기세제는 소량으로도 거품이 많이 나는 편이니 반드시 세제통에 적힌 정량을 사용하도록 하자.

내가 구매한 비앤비 아기세제 무향 제품.

나눔 받은 아기 옷을 전부 한꺼번에 울코스(섬유유연제 X)로 돌렸다. 그리고 건조기로 이동시켜 2단계 정도의 약한 열풍으로 건조를 돌렸다. 생각보다 양이 꽤 되고, 약한 열풍이어서 그런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 그다음엔 아기 손수건을 똑같은 방법으로 세탁했다. 건조기 돌리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어 마지막으로 돌린 겉싸개, 각종 쿠션 커버 등은 그냥 건조대에 널어 말렸다. 

아기 옷 빨래 방법을 검색하면 세탁기를 3번씩 돌리라느니, 건조기는 쓰지 말고 자연건조만 하라느니, 다들 엄마의 체력을 갈아 넣는 방법들을 많이 권장하는데, 나는 그러고 싶진 않았다. 옷을 물려줄 때도 어차피 깨끗하게 빨아서 물려주셨을 테고, 손수건이야 털고 털어도 면이라 먼지는 날 수밖에 없다. 엄마 마음이 그래야만 편하다고 하면 복잡한 방법대로 하라고 하겠지만, 굳이 그들이 권장하는 방법에 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새 옷은 몇 벌 안된다. 다 나눔 받은 옷들!

이렇게 전쟁 같은(?) 아기 옷 빨래도 끝. 엄마가 집에 와서 같이 도와줘 정말 다행이다. 혼자였다면 너무 힘들었을 일... 왜 체력이 남아있을 30주 초반에 빨래를 끝내는 게 좋다고들 하는지 알겠다. 

아기 수납장이 도착하면 옷을 사이즈별로 분류해 담아놓으면 정말 끝이다. 지퍼백에 넣어둔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 엄마 생각으론 통풍이 안되어 더 안 좋을 것 같다고 하여 나는 그냥 넣어두었다. 엄마도 나도, 고된 하루였다.

빨래를 앞둔 예비부모님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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