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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smos Dec 14. 2022

[35주 임신일기] 잠 못 드는 임신부의 밤

임신성 소양증과 허리 통증, 가진통, 불면증...

34주, 후기 임신부, 체력이 있을 때 놀아라!

35주, 갑자기 생긴 임신성 소양증, 저녁만 되면 찾아오는 가진통. 밤이 길다.



11월 28일 월요일 (35주 1일)

오늘은 월드컵 조별예선 한국과 가나의 경기가 있는 날이다. 지난주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역시나 기대하는 마음으로 남편과 함께 TV 앞에 앉았다. 0:2로 지고 있을 때는 태교에 해로운 축구라며 인내심 없는 나는 고개를 저었지만 남편은 그래도 끝까지 응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나라가 연속 2골을 넣으며 2:2로 따라잡았을 땐 남편과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아쉽게 2:3으로 졌지만 이것이야 말로 졌잘싸! 

경기가 끝나고 난 후 남편은 바로 자러 들어갔지만 나는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요즘 들어 침대에 누워도 잠에 들지 못하는 날이 너무 많아졌는데, 오히려 월드컵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축구경기를 하나 더 보다가 이제 조금 잘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들어 잠자리로 갔다. 잠 못 드는 임신부의 밤은 너무 길다.


11월 29일 화요일 (35주 2일)

어제 분명히 늦게 잠들었는데, 중간에 화장실에도 가느라 깨고, 허리가 아파서도 깼다. 그리고 요새는 자기 직전 늦은 저녁시간 생리통 같이 아랫배가 아프거나 허리가 아픈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정말 딱 생리통 같다. 생리를 하면 나는 보통 허리가 많이 아픈 편인데, 그래서인지 유독 허리 아픈 증상이 심하다. 이게 가진통인가? 주기적으로 수축이 오면 병원에 가야 한다는데... 아직 나는 35주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 날은 겁이 나서 진통 어플을 깔기도 했다. 주기적으로 수축이 오는지 확인해보려 했지만 주기적이진 않았다. 불규칙적으로 배가 뭉칠 때 마치 생리통으로 아프면 몸을 움츠리게 되는 것처럼 꽤나 고통스럽다.

새벽에 자주 깨는 것도 어떤 사람들은 이것마저 엄마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하기도 한다. 아기가 태어나면 신생아 기간 동안은 새벽 수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기의 생활리듬에 맞게 엄마도 맞춰지는 건가. 잠에서 깨면 어김없이 뱃속의 아기는 열심히 운동 중이다. 가끔은 옆구리나 갈비뼈를 있는 힘껏 차서 '억!'소리가 나게 아프기도 하다.


오늘은 남편이 집에서 쉬는 날이라 집 근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오늘의 영화는 한국영화 '올빼미', 조선 인조 시대가 배경이다. 별 기대 없이 TV 예고편으로만 영화를 알고 있는 상태로 보러 갔는데, 아주 재밌게 봤다. 최근 영화관에서 본 영화 중에 Top 3 안에 드는 것 같다! 대개 이런 스릴을 동반하는 장르의 영화는 그 긴장감을 초반부터 후반까지 쭉 끌고 가기가 어려운데, 이 영화는 영화를 보는 내내 쫄깃함이 어마어마했다. 남편도 영화가 끝나고는 '영화가 굉장히 짧았던 것 같아'라며 얼마나 몰입을 했었는지 영화가 금방 끝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주 잘 만든 영화다!! 추천!


12월 1일 목요일 (35주 4일)

요새 들어 새로운 증상이 하나 생겼다. 배꼽 주변이, 특히 배꼽 아래가 간질간질한데, 처음에는 배꼽 주변 살이 트려는 건가 싶었다. 나는 아직까지 다행히도 살이 트지 않았는데, 막달 다 될 때까지 살이 안 튼걸 보니 나는 끝까지 안 트려나봐! 싶었다. 그런데 조금씩 배꼽 주변이 간질간질하기 시작하더니 아무리 보습을 해봐도 미친 듯이 가려웠다.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간지럽다고 좀 긁었더니 피부에 발진이 생기며 모세혈관이 터졌다. 이 피부 상태를 말로 설명해보자면,, 살이 가려울 때 조금 빨개질 정도로 긁다 못해 벅벅 심하게 긁다 보면 쪼그만 빨간 반점이 핏줄 터진 것처럼 오도도 피부에 보일 때가 있다. 지금 내 배의 피부 상태가 그렇다. 벅벅 심하게 긁은 것도 아니고, 너!!!무!!! 간지러워서 살살살 긁은 것뿐이다. 정말 살살 긁었는데 피가 터졌다.

심한 사람은 온몸의 다양한 부위로 소양증이 옮겨간다.

피부가 그렇게 된 걸 안 순간 나는 너무 놀라 다시 튼살크림을 덕지덕지 발랐는데, 이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내 상처를 본 남편은 속상해했고, 간지러울 땐 이제 긁지 말고 찬 것이라도 대보자고 했다. 찬걸 대니 가려움증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긴 한데 이 찬 기운이 양수로 전달될까봐 괜히 마음이 불편하긴 했다. 이게 임신성 소양증인 걸까. 임신이란 도대체 내 몸을 어디까지 바꾸는 걸까.


임신성 소양증

보통 임신 중, 후반기에 발생하며, 임신으로 인한 면역체계 변화, 호르몬 변화 등으로 발생한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으며, 보통 배꼽 주변에서 부터 시작해 다른 부위로 번지는데, 팔, 다리 등 다른 부위에서부터 가려움증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밤에 특히 더 가려워지는 경우가 많아 임신부의 수면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을 호소하는 임신부들에게는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하기도 하고, 저용량의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나도 36주 외래 진료에서 소양증을 호소하였더니 이제 아기가 다 커서 영향을 덜 받을 것이고, 피부로 흡수되는 양은 아주 적으므로 저용량의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해 줄 테니 가려움을 참을 수 없을 때 발라보라고 하셨다. 약사 선생님은 '하루에 2번만 아주 얇게 바르세요!'라고 하긴 했지만.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긁는 것은 되도록 자제해야 하고, 남편이 추천했던 방법처럼 차가운 것을 대면 증상이 나아질 수 있다. 찬 수건을 대는 정도로 열을 식혀보자. 태아에게는 별로 영향이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항상 강조하지만 엄마가 스트레스받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보통 출산 이후 1~2주 이내 사라지며, 드물게 출산 이후 두드러기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는 모유수유를 중단하고 두드러기 치료받기를 권장하는 경우가 있다. 



12월 2일 금요일 (35주 5일)

오늘은 월드컵 조별예선 대한민국의 마지막 경기가 있는 날이다! 처음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포르투갈과의 경기. 지난 가나와의 경기에서 대한민국이 패하는 바람에 포르투갈을 반드시 이겨야만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남편과 나는 행복 회로를 돌리면서 포르투갈을 이길 수도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보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전 타임에 있었던 일본과 스페인의 경기를 보고는 지쳤(?)는지 잠에 들고 말았다. 우리나라 경기 시작할 때 일어나야지... 했는데 잠에서 깨보니 이미 1:1이었다. "남편!! 지금 1:1이야!!" 다급한 목소리로 남편을 깨워 TV 앞에 다시 앉았다. 전반 초반 많은 일이 있었던 듯했다. 

숨 막히는 전, 후반 정규시간이 끝나고 황희찬의 골이 터지던 순간 무거운 몸에 벌떡 일어나지는 못하고 소파에 앉아 남편과 손을 꼭 마주 잡았다. "우리 진짜 16강 가려나 봐!" 

우리 경기가 끝나고 잽싸게 KBS1 채널을 틀어 가나와 우루과이의 경기를 봤다. 정말 느리게 가는 추가시간 8분... 마침내 우루과이가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하고 이대로 대한민국의 16강 진출!!

남편과 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하고는 나는 또 잠에 들지 못했다. 남편은 잘만 자는데, 나는 한참 동안 경기 하이라이트를 돌려보고, 다른 축구 경기도 보고, 유튜버의 스트리밍도 보다가 새벽 4시가 한참 넘어서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승리로 인한 기쁨, 흥분과 원래부터 잘 자지 못했던 불면증까지 모든 게 겹쳤달까... 그래도 오늘은 기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어 행복하다.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참 행복했던 날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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