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학공연기획자, 무슨 일 하는 거야?
과학공연기획자로 나를 정의하는 과정과 과학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이유
[과학공연기획자로 나를 정의하기까지]
과학공연기획자로 활동한 지 5년째,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받는 질문이다. 과학공연기획자로 나를 정의하기 전까지는 과학커뮤니케이터, 과학융합강연자였다. 2018년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한국과학창의재단 주관으로 실시된 페임랩코리아에 참가하여 TOP10으로 과학커뮤니케이터 위촉을 받고 사명감으로 전국 중, 고등학교와 도서관에서 과학융합강연을 시작했다.
2020년 우연한 기회에, 코미디 대한민국과학기술대전 자문위원으로 개그맨 엄태경, 과학퍼포머들과 함께 <개그사이>, <4이언스>를 기획하면서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몸소 체험하였고, 아티스트과들의 작업은 나에게 큰 활력소, 이제는 인생의 핵심가치로 자리 잡았다고 확신한다. 2021년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과학문화전문인력 과학공연기획자 과정에서 과학 연극 <100% DNA>의 자문과 기획을 역임하였고, 감사하게도 작품에 함께하였던 출연진 중 일부가 현재까지도 같이 제작하고 있다.
2022년부터 꾸준히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과학융합콘텐츠 발굴 사업, 민간과학문화활동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매년 1개 이상의 과학융합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 형식과 과학 콘텐츠를 융합하였고 제작물은 이러하였다. 과학소리극 <갈바니, 전기로 통하였소>, 과학유튜브 <과학수다>, 과학뮤지컬 <다크레이디X프랭클린>, 과학전시 <네게보인, 내가 봄>, 과학뮤지컬 <울프>였다.
그렇게 총 5편의 작품을 완성하고 마침내, 과학공연기획자로써 가졌던 철학을 정리할 수 있었다.
#1. 과학융합콘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이다. 먼저, 대중에게 관심과 흥미를 유도할 만한 형식과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2. 과학은 진실을 말한다. 진리를 위해 과학적 문제 인식과 해결방안을 활용하고 이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끼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각자의 입장 속에서 진실은 다르고 그 진실을 주장하는데 과학적 논리 (인과관계, 설득하는 과정)가 필요하다.
#3.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문제의 원인과 해결안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원리와 개념, 방법이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도록 쉽게 표현한다.
아티스트와 과학자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데 과학공연기획자로써 철학을 지켜내는 것뿐만 아니라, 사업 담당자로 작품이 완성되고 후속 작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역할 또한 중요하였다.
#1. 대본 기획과정, 각 창작진들의 과학 논리와 철학에 대하여 논의하고 협의를 이끌어 낸다.
#2. 과학 자문을 위해 분야별 전문가와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대본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율한다.
#3. 과학융합콘텐츠의 기획의도에 따른 소비타깃을 설정하고 사업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추진 체계를 설립한다.
#4. 과학기술계, 예술계, 그리고 수혜자 관점에서의 기대성과를 정량 및 정성목표로 설계하고 홍보와 운영계획 방안에 대해 전략을 세운다.
#5. 지속적인 사업, 사회 환류를 통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하여 후속 대응 계획과 파트너십을 구축한다.
보통의 공연기획자와는 다르게 과학공연기획자는 기획자에 앞서 과학커뮤니케이터임을 자각했어야 했다. 과학공연은 과학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하나의 형태이지, 그 목적은 과학소통문화의 대중화이기 때문이다.
[과학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이유]
산업혁명의 주기는 더욱 짧아지고 있으며, 이제는 사람, 사물, 공간이 초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오늘날, 5G 기술이 촉발할 새로운 미래에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아직도 낮은 수준으로, 과학행사, 강연 등에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는 성인이 90%으로 달하고 있으며, 미래 직업으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초등학생의 수는 2.6%에 불과하다고 보고된 바 있다. 그리하여, 대중들이 과학이 쉽고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여 과학을 전달하는 방식을 예술의 다양한 방면으로 표현하여 과학예술문화 콘텐츠를 대중에게 친절하게 역할을 수행하는 역할이 필요한 실정이다.
과학이 과학자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여기는 선입견은 아직 학문계에서 존재하고 있다. 필자가 경험한 대학원시절의 여러 교수님들은 과학커뮤니케이션을 아직도 미성숙한 학술분야, 불필요한 기술이라 일컫고 과학커뮤니케이터 활동을 하는 자들을 하등시 하는 분위기가 팽배하였다. 분명, 과학기술은 대중을 위해 활용되는 도구에 불과한 것이고 고고하게 내부에만 공유되는 과학기술은 의미가 없다. 대중에게 쓰임이 있게 하기 위해서 과학자와 대중을 이어주는 그 다리, 과학커뮤케이터가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다.
과학에 대한 관심과 촉구를 위해 과학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사회에 이용되는 과학기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 그리고 이를 판단하기 위한 과학적 논리와 접근방식은 분명 개인을 넘어 세상을 이롭게 해 준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과학커뮤니케이션에는 여러 형식이 있다. 그 무엇과도 융합할 수 있는 무궁한 잠재성이 있는 학문이기에 그렇다. 강연, 저술, 일러스트, 영상, 만화 등 다양한 분야와 접점을 찾는 과정은 계속해서 진행 중이며, 더욱이 발전되어야 하는 것은 명백하다.
그리고, 그 접점을 찾기 위해 실험 중에 있으며 과학공연 하나에 종속되지 않은 예술 간의 종합적 융합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