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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온 May 21. 2021

예약한 방이 없다니


사전에 결제는 다 했는데 방이 없다니 기가 차고 어이가 없었다. 오빠들이 항의하자 그는 말했다.

“노 프라블럼!!”

걱정 말라는 그는 본인의 친구가 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잠시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친구와 통화를 마치더니 게스트하우스의 주소와 이름이 적힌 메모지를 건넸다.

“여기로 가면 내 친구가 당신들에게 방을 줄 겁니다. 노 프라블럼!”


먹은 게 없으니 화낼 힘도 없다며 일단 그곳으로 갔다. 메모지를 보여주자 그곳 사장은 알겠다고 하며 방을 안내해줬다. 키를 받은 오빠들은 방에 가방을 두고 내려왔다. 숙소에 두 명만 묵는다고 하자 사장은 욕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에게 너는 어디서 잘 거냐고 물어보았다. 너무 배가 고파서 일단 뭐라도 먹고 방을 찾으러 다니려고 했다. 그는 시간이 늦어 돌아다녀봤자 방을 구하기 어려울 거라며 본인 숙소에서 묵으라 유혹했다. 우리는 몰랐지만 마침 며칠 뒤 우다이푸르에 큰 행사가 있어 동네 숙소가 거의 다 찼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도 너희들이 오지 않아서 다른 손님을 받게 된 것이라 대신 해명했다.


열 시간 넘게 이동하며 과자밖에 먹지 못한 우리는 어느덧 아홉 시 반이 넘어가는 시계를 보며 그 유혹에 넘어가기로 했다. 나가서 식당을 찾아서 밥을 먹고 나면 열 시 반도 넘을 테니까. 흥정을 잘 못하는 나는 가만히 있으라고 한 뒤 오빠들이 흥정을 해주겠다고 했다.

“얼마예요?”

“1,500루피!”

(당시 저렴한 숙소는 200-300루피에도 구할 수 있었다.)


“야, 나가 나가. 다른 데서 자.”

오빠들이 나가는 시늉을 하자 그는 우리를 붙잡았다.

“1,000루피에 해줄게!”

“밥 먹으러 가자.”

“아, 알겠어 500루피!!”

“뭐 먹을까? 치킨 먹을까?”

“진짜 마지막이야. 200루피에 해줄게. 대신 지금 너희 방에 엑스트라 매트리스 깔아주면 어때? 콜?”

인도인들이 부르는 값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흥정을 하다 보면 절반의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기본이다.


그 말을 들은 우리 셋은 동시에 눈을 마주쳤고 잠시 잠깐 고민에 빠졌다. 방을 같이 써야 하긴 하지만 다른 나라를 여행하며 혼성 도미토리도 이용해봤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무엇보다 200-300루피 대의 저렴한 숙소들보다 상태가 좋은 편이었다. 입구 간판을 보니 나름 2성급 호텔이었다. 하지만 이내 고민을 하기에는 배가 너무 고프고 시간도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외쳤다.

“오케이 콜!"

"아 모르겠다. 일단 밥 먹고 생각하자.”

그렇게 200루피를 지불하고 내 짐도 올려두고 나왔다. 숙소를 나서는 우리에게 그는 방에 엑스트라 매트리스를 깔아 두겠다고 했다.


숙소를 나와 문을 연 식당을 찾아다녔다. 다행히 문을 닫지 않은 식당들이 꽤 있었으나 고생한 만큼 맛있는 것을 먹고 싶었다. 유일하게 인터넷이 되는 나의 휴대폰으로 우다이푸르 맛집을 폭풍 검색하기 시작했다. 인도인이 운영하는 한국식 닭볶음탕 집을 찾았다. 마침 영업시간도 끝나지 않았기에 얼른 그 식당으로 향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야식 같은 저녁을 먹었다. 한국의 맛을 100% 재현하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먹는 한국식 메뉴였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맛있게 저녁을 먹던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가 말한 ‘엑스트라 매트리스’는 우리가 생각한 그런 것이 아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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