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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니 Jul 15. 2019

당신이 아프다

나는 당신이 아프다

-여기 모기 물렸어?


당신이 이마를 내밀었다.

손가락으로 가리킨 부분은 붉어 보이기 했지만 모기에 물린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아닌 것 같다는 나의 말에


-아냐 물린 거 같아


하고는 몇 번 이마를 만졌다.

다음 날에도 모기에 많이 물렸다는 당신에 말에 다시 이마를 살펴보니 어제 말한 자리 근처에 비슷한 자국이 보였고 머리칼을 치우고 살펴볼수록 비슷한 자국들이 보였다.


-모기가 아닌 것 같아.

-아니야 모기야


아무래도 자국이 심상치 않아 내가 걱정을 시작하자 괜찮다며 모기에 물린 거라 우기기 시작했다. 간지럽다기에 가방에 있던 모기약을 발라 주긴 했는데 영 찜찜한 기분이 사라지지 않았다.


어제오늘 먹어본 적이 없다던 오징어 회나 해산물을 먹었기도 했고 낯선 곳에서 생길 수 있었던 작은 사소한 문제들이 모두 가능성 있는 원인처럼 느껴졌다.


난 괜찮다는 당신의 말을 뒤로하고 얼른 약국을 찾았다.


일요일이라 문을 연 약국이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휴일지킴이 약국'이라는 사이트에서 찾은 약국으로 곧장 달려갔다. 난 앞장서서 약국으로 들어갔고 그보다 먼저 약사님에게 그의 이마를 보여주고 벌레에 물린 것처럼 가려워하고 번지는 것 같다고 혹시 알레르기가 아닌지 아님 모기가 아닌 다른 벌레에 물린 건 아닌지 물었다.


약사님을 오래 보지도 않고 그의 피부에 피부 곰팡이 균이 번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 초기이니 병원에 빨리 가면 금방 나을 것이라고 오늘은 근처여 문을 연 병원이 없을 테니 대신 바르는 연고를 처방해 주셨다.


병의 원인은 면역력 저하, 스트레스라는 말에 약국을 나오는 마음이 짠해졌다.


다시 당신의 얼굴을 보는데,


등이 땀에 흠뻑 젖어도 덥다는 말, 힘들다는 말 한마디 않던,

직장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스스로 마음이 사그라들기 전에는 누구에게도 먼저 하소연도 않는 당신이 스스로에게도 말 못 하고 끙끙 앓고 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속이 쓰렸다.


시원한 카페에 앉아 당신에게 약을 발라주고 당신 집 근처에 있는 피부과의 영업시간을 알아 봐주었다. 약사님이 말한 피부병에 대한 것들을 검색하다가 난 핸드폰을 내려놓고 당신을 돌려세워 마주 보았다.


요즘 내가 안 볼 때는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 잠을 설치지는 않았는지 누가 괴롭히는 사람은 없는지 나와의 관계에서 속이 상한 적은 없는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당신은 모든 일들은 예사로 넘기니 내가 알아채 주기 전에는 문제로도 상처로도 챙기지 않으니 말이다.


괜찮다고, 정말 다 괜찮다고 나만 있으면 다 괜찮고 좋다고 아프지도 않다고 걱정 말라는 당신이 일찍 철이든 아이를 보듯 마음이 쓰렸다.


맛난 것을 먹으면서도 내가 자꾸 쓰린 표정을 짓자


-에이 진짜 괜찮아. 나 걱정되면 맛있게 먹고 즐겁게 웃어줘. 그럼 스트레스도 다 풀려. 약 발라서 이제 가렵지도 않아


하고 웃었다.


나보다 키도 20센티나 훨씬 크고 나이도 두 살 많은 당신이 약하고 연한 강아지처럼 품 안에 품어 지켜주고 싶었다. 내가 무엇을 더 해줄 수도 없고 더 줄 수도 없는데도 더 주지 못해 미안하고 당신의 괜찮다는 말에 난 설명할 수 없이...


난 당신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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