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 Apr 22. 2021

크리스마스와 새해에도 열외는 없다!

크루즈 카지노 딜러의 근무환경


크루즈에는 휴일이 없다고?


크루즈에서는 1년 365일 매일이 휴일이다. 물론 승객들의 입장에서. 그 말은 즉슨 크루즈에서 근무하는 승무원들은 휴일이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다.


하루 스물네 시간, 그렇게 몇 달을 선내에서 생활하는 대부분의 승무원들은 어떤 시선으로 크루즈를 바라보고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법한 의문, '휴일 없는 이 환경에서 그들은 진정으로 이 일을 즐기고 있는 걸까?'



아무리 크루즈 선의 스케일이 남다르고 내부가 웅장하고 화려하며 또, 각양각색의 볼거리와 시간에 무관하게 넘쳐나는 먹거리가 주어진다 한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인지라 한 번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그 모든 것들이 그저 단조로운 일상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런 우리와는 대조적으로 매 항차 크루즈를 새로이 방문하는 승객들은 대부분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휴가를 누리기 위해 한껏 부푼 기대를 안고 있는 상태이다. 크루즈승무원들에게는 반복적이고 지루할지도 모르는 그렇고 그런 일상이 그들에게는 첫 경험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기에 우리는 항상 그 점을 필히 유념하며 그들을 응대해야 한다.


이렇게 자연스레 주어지는 외부의 여러 가지 조건들처럼 빽빽한 근무 스케줄 역시 크루즈에 머무는 기간에 비례하여 점차 익숙하게 본인의 생활 루틴으로 스며든다.


크루즈 선내 대부분의 부서는 승객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상시 대기를 하고 있는 편이지만 내가 근무하는 카지노 부서는 주로 출항 후의 시간, 즉 늦은 오후 혹은 저녁 시간에 오픈을 한다. 해상법 상의 이유로 정박 시 카지노 오픈에 있어 제약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별한 잔업무 혹은 필요한 교육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 아닌 이상은 승객들이 크루즈 밖을 벗어나 기항지를 관광하는 동안 우리 역시 그저 그 순간을 즐기면 된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혹은 새해, 추수감사절, 할로윈과 같은 시즌에는 누구보다 바삐 근무를 해야 하는데, 이러한 기념일들은 크루즈를 탑승한 승객들에게 꽤나 큰 의미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오락과 재미를 담당하는 우리 카지노 부서는 다른 어떤 날보다 그들이 진정으로 크루즈를 즐길 수 있게 도움을 주어야 하므로 이 시즌이 다가오면 아무래도 이래저래 분주해지기 일쑤다.


이런 날들을 대비해 매니지먼트에서는 사전에 크루 멤버들을 불러 앉혀 회의를 개최하곤 하며 카지노 내부를 이벤트에 맞는 컨셉으로 장식하거나 승객들이 좋아할 만한 독특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한가로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평소와는 달리 바삐 움직이기에 이맘때는 체력적인 소모가 큰 편이긴 하나 활발한 성향을 가진 크루 멤버들은 오히려 이러한 순간들을 즐긴다.



근무 중 카운트다운을 위해 잠시 라운지로 출동!






나는 아직도 '크루즈'라는 세 글자만 보아도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넘실거리는 푸른 물결을 세차게 가로지르는 모습을 상상할 때면 심장이 뛴다.


열아홉의 내가 처음 마주하고 느꼈던 '크루즈'와 현재 20대 초중반인 내가 느끼는 그 세 글자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뭐랄까 한층 더 견고해졌다랄까.


그때의 나는 저 예쁜 유리구슬이 너무 갖고 싶어 안달이 났고, 행여 깨질까 매사 노심초사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게 하면 그 유리구슬이 더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을 밟아가는 중이다.



이곳에서의 경험들이 훗날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걸 알기에 눈 앞에 주어진 상황이 때로는 벅차고 힘겹더라도 두 눈을 질끈 감고 이겨내 보기로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선상에서의 해피할로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