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서정 시인 May 07. 2024

[리뷰]7. 멋진 표사부터 소개까지

표사를 써 주신 홍일표 시인님께서 읽어 주셨습니다.

조서정 산문집 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한정판 엄마를 책속에 모셔 놓았다. 가난한 남편을 만나 혹독한 시집살이를 하고, 아버지의 여자가 아니라 4남매의 엄마로 일생을 산 박천규 여사의 이야기를 조서정 시인이 재밌게 풀어놓았다. 자식들에게 북극성 같은 존재였던 엄마, 약초 캐서 판 돈으로 4남매의 학비를 대고 아버지 대신 어려운 살림을 꾸려나갔던 엄마. 곤고했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자란 조서정 시인에게 엄마는 어둠 속 별빛이었고, 애잔한 연민의 대상이었다. 

  어머니를 비롯한 한 가족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산문집에 빚보증으로 재산을 날리고도 평생 사람 좋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다 간 아버지, 오빠와 두 남동생, 가까운 혈육 들의 일화가 빼곡히 실려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엄마와 퐁당퐁당 주고받는 농담 등 슬며시 웃음 짓게 하는 이야기, 가슴 짠하게 하는 장면들도 여럿 만나게 된다. 가난한 삶의 속살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진솔한 서사의 힘이 독자를 책 속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편편마다 엽편소설을 읽는 것 같고, 작은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재밌는 옴니버스 드라마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조서정 시인은 삶을 긍정하고 환하게 웃는, 디오니소스의 웃음을 가진 자만이 현실을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어머니의 삶을 통해 체득한 것 같다. 어렵고 힘든 삶의 곳곳에서 조팝꽃처럼 피어나는 천연의 웃음은 조서정 산문집 『엄마를 팝니다』의 특별한 매력이다. 징징거리거나 신세 한탄조의 넋두리가 아닌, 생의 틈새에서 발견하는 신성한 긍정과 건강한 웃음은 이번 산문집의 저력이며 큰 덕목이라 할 수 있겠다. 


                                                                                                                             -홍일표(시인)




이런저런 잡문을 엮어 펴낸 산문집이 아니다. 이문구 소설을 읽는 것 같기도 하고, 재밌는 옴니버스 소설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조서정 시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뛰어난 솜씨 덕분에 모처럼 책 읽는 즐거움이 컸다. 『엄마를 팝니다』는 요란하지 않고 뭉근하면서도 쫄깃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산문집이다.

이전 05화 [리뷰] 8. 이심전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