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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희 Oct 24. 2023

인생에 쉼표 하나쯤은 필요하니까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처음 통영으로 떠난 건 스물다섯, 벚꽃이 피기 전의 봄이었다. 그때의 나는 마지막 남은 한 방울 물기까지 꽉 짜고도 '진짜 다 짰나?' 싶어 한 번 더 비튼 수건이었다. 직장에서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아 승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늘 허기지고 불안했다. 

매일 엄청난 업무량에 치이면서 그게 당연한 건 줄 알았다.
 마음의 허기짐을 자극적인 음식으로 밀어 넣듯 채우고 올라간 체중에 스트레스를 받고 다시 굶고. 영양학을 전공하고 건강한 식사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그렇지 못한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그런 일상이 계속되자 ‘나’라는 존재가 점점 땅 속 깊숙이 처박히는 기분이었다.


이 일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맞는지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렵게 퇴사를 결심했고 이후 혼자 떠난 곳이 바로 통영이다.


누군가 왜 통영이었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때의 나는 당장 숨 쉴 틈이 필요했고 마침 펼친 여행 책이 우연히도 통영에 관한 내용이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날 뿐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어쩌면 통영은 내게 잠시 쉬어가라는 인생의 쉼표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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