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그 자체만으로 삶의 변곡점이 새롭게 생성될 것이다.
인터넷을 별생각 없이 유랑하다 돈 관리 멘토링을 선착순으로 접수하면 무료라는 광고에 빠르게 움직이던 눈동자를 멈췄다. 1:1 비대면으로 진행한다는 점과 나의 빈약한(?) 자산 현황을 가감 없이 드러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산만한 돌덩이가 가슴속에 얹히는 부담감에 짓눌렸지만, 일단 시도해 보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다.
멘토는 첫 시작부터 나에게 중대한 과제를 안겨주었다. 바로 구체적인 재무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필요금액, 기간을 산정해 보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보라는 과제가 덜컥 주어지면, 도무지 앞날이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는 없지만, 그렇다고 앞으로의 삶을 무방비하게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다.
AI의 도움을 받아 재무목표를 대략적으로 잡고 나니 문득 미래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즉, 실패에 대한 방어기제가 은연중에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운이나 다른 변수들도 고려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뇌가 한계를 느낀 나머지 미래를 생각하는 일을 철저히 무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꿈'을 마음껏 꿀 수 있었다. 그때는 무엇을 상상하든, 인지하는 세상의 폭 자체가 좁았기 때문에 상상하기 수월했을 것이다. 지금은 오히려 생각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바람에 삶을 온전히 유지하는 것조차 벅찬데 미래를 진지하게 계획할 여유를 누리기 어렵다.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기 충족적 예언'이라는 심리학적 용어의 다른 말이다. 쉽게 말해,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하나의 현상으로 지칭하는 것이다. 재무목표를 세우라는 과제의 의도는 바로 피그말리온 효과가 현실에 나타나게끔 하려는 것이다. 내가 지금의 자산으로 특정 시기에 특정한 자산을 일구어내겠다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면, 그 목표가 실현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실천으로 이끌게 된다.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한번 계획을 세우면 정말 그대로 따라 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도 느낄 것이다. 그렇지만 '상상은 자유'다. 우리는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상상할 능력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비현실적인 게 아니라면 무엇을 상상하든 무슨 문제가 있을까?
그러므로, 미래만은 '거창하게' 상상해 보는 날이 한 번씩은 있었으면 좋겠다. 성장의 잔여물로서 축적된
막막함과 두려움이 만들어낸 마음속 천장을 시원하게 뚫어서, 그 구멍 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상상을 두 눈으로 담아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