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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마 Apr 03. 2019

배우고 싶은 선배

회사에서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될 땐 그 공동체에서 이미 잘하고 있는 이를 보면 된다. 나보다 5개월 먼저 입사한 선배가 있다. 나이는 나보다 2살 위. 털털한 성격에 일처리도 야무지다. 참 사람이 좋고, 배울 점이 많다. 일도 잘 하지만, 인간적인 매력을 느껴 더 그 선배를 보며 가이드 삼게 된다.


회의 땐 어떤 자료를 준비해오는지, 보도자료는 어떻게 쓰는지, 퇴근시간이 눈치게임인 이곳에서 언제쯤 자리를 뜨는지. 그밖에도 전화예절, 상사를 대하는 에티듀드 심지어 옷차림까지 눈여겨보게 된다. '아, 저 선배가 이렇게 하면 여기까진 되는구나'를 가늠한다.


첫 회사에서 어떻게 일을 배우냐에 따라 업무 스타일이 정해지기도 한다. 일할 때의 모습, 즉 '비즈니스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업력이 쌓이며 바뀔 순 있지만 첫 포지셔닝을 어떻게 하느냐도 분명 중요하다. 인터니는 백지와 같기 때문에 좋은 상사를 만난다는 건 좋은 점을 더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 선배에게 좋은 영향을 많이 받는다.


"봉씨, 잠깐 같이 산책이나 할래요?"


그런 선배와 점심을 먹고 우연히 둘만의 시간을 보낸 날이었다. 그날따라 표정이 안 좋았던 선배는 일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는 고민을 내게 털어놓았다. 조금 놀라웠다. 완벽해 보이는 그녀도 사실 말 못 한 고충이 있었구나. 우리는 그 날 이런저런 회사 이야기를 했고 그중에 어떤 말들은 생수에 부은 진한 에스프레소처럼 스르륵 내 마음 깊이 내려앉았다.


"2~3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가도 하루 칭찬받으면 그걸로 또 2-3일 버티는 거고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는 거죠. 주말만 되면 월요일에 출근할 생각으로 엄청 스트레스받고 막상 월요일 되면 또 그렇게 2-3일씩 버티면 일주일이 지나가요"


어쩜, 우리는 정말 다 똑같구나. 나만 이토록 힘겨워 하고 있는 걸까 자괴감이 들었는데 나의 정신적 에어백 같은 그녀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 현재 상황에 이런 생각은 어쩌면 자연스러운거구나 싶은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선배에 대한 애잔한 마음과 함께 동지애가 더욱 강해졌다. 사실 나보다는 선배이나 그녀도 사회초년생으로 나와 같은 입장이었다. 내가 그 선배를 더 좋아하는 건 을의 마음은 을이 안다고, 나와 같이 서럽디 서러운 어시스턴트의 시절을 착실히 밝았기에 내 눈물겨운 씨름을 하나하나 알아준다는 거였다.

상사에게 깨지고 늦은 퇴근 길, 선배님의 응원


내가 헤맬 때마다 업무의 방향성을 귀띔해줬던 그 선배의 속마음에는 사실 위너의 여유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보이는 것 이상으로 바쁘고 치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먼저 겪은 자로서 뒤에 있는 나를 잊지 않고 그동안 참 고마운 배려를 하고 있었던 거다.


참 깊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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