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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 May 20. 2022

버티며 회사원

퇴준생의 긍정일기

요즘 파이어족을 꿈꾸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나 또한 최대한 빨리 은퇴하고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고 싶다.대략 9개월간 블로그를 하며 온라인 세상에서 나의 N잡을 찾으려 노력해왔다. 요 근래에 내가 목표했던 1차 목표는 달성을 했는데,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나 회사원도 꽤 잘하잖아?"


7년 전 취준생시절 모든 면접에 다 떨어지고 마지막 남은 회사에 입사를 했다. 꿈에 그리던 대기업이 아니었고, 일은 나름 재미있었지만 회사를 다니면서도 계속 대기업 입사를 준비했다. 2년 후 결국 나는 대기업에 입사를 했다. 그리고 지금은 5년이 지났다.


생각해보니 7년 동안 나는 회사원 생활을 꽤나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회사 모두 벗어나기 위해 버텨왔다. 지금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서 더 빡빡하게 나를 몰아쳤고, 결국 '나'의 목표도 이루곤 했다. 그런데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 회사가 과연 월급만 준 것일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내가 회사원으로 월급쟁이를 하며 배운 것이 많이 있었다.



1. 루틴한 삶을 지겨워하지 않을 용기

회사원으로 생활을 하다보면 정말 지겹게도 똑같은 업무의 반복일 때가 많다. 회사의 방향은 조금씩 달라지고, 수 없이 많은 조직개편에 변화가 있기도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거의 반복업무다. 5년차 쯤 되니 이번 달에는 무엇을 준비해야하고, 내년 이맘 때쯤이면 뭘 해야할지 감이 잡힌다.


'어휴 지겨워' 라는 말은 사실 굉장한 안정감에서 나오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시대에 예측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 일일까.



2. 협상의 기술을 배울 기회

나의 상사는 굉장히 옛날 스타일이다. '까라면 까'라는 전형적인 대기업 직장인의 마인드다. 모든 업무는 본인의 입맛대로 진행해야 했고, 하는 일 족족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의 기준은 꽤나 까다로웠고, 세세한 부분까지 다 본인이 알아야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럴 거면 니가 하세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하루에도 수십번을 삼켰다. 여전히 나는 그와 일년 가까이 일하고 있다.


최근 한 협력업체에 미친듯이 시달렸다. 나는 그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나는 분명 그 일에 결정권자가 아니며,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일이 조금 안 풀릴 때마다 '내 탓'을 했다. 그들이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내 월급이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현타가 많이 왔다.


나를 최근에 가장 힘들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해 내가 배운게 있었다. 나의 상사는 '까라면 까'를 협력업체에도 시전하시더라. 나의 전화를 대신 받아주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며 당신들의 무리한 요구사항은 우리의 관할이 아니라고 딱 끊었다. 나를 괴롭히던 협력업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나에게 무언가를 요구해왔고, 이래서 그들이 돈을 잘 버나보다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협상의 기술과 요구의 기술을 같이 배운 느낌이었다.


3. 사내정치

어느 회사나 3명이상이 모이면 사내정치가 시작된다. 말 그대로 '누구의 라인'에 신경쓰게 되는 것이다. 특히나 내가 다니는 회사는 정말이지 사내정치가 심하다. 신입사원 때 처음 발령받았는데 "A상무님은 B의 라인이고, C상무님은 회장님 라인이야" 라는 얘기를 선배가 먼저 해줄 정도였다.


1년 마다 집에가는 임원들이 생긴다. 새로운 대표가 오면 조직이 바뀐다. 이전 시대의 공은 지금 시대의 똥이 된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게 회사에서만 그런게 아니더라. 내가 몸담고 있는 나라에서도 대통령, 주력 당이 바뀌면 나의 이득도 바뀌지 않나? 


되는 곳에 사람이 모이고 돈이 모이는 건 당연하다. 사내정치는 다르게 생각하면 회사원으로써 흐름을 잘 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흐름을 잘 타는 것 또한 이 자본주의 시대의 능력이다.




요즘 '나의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버티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버틴다는 말을 좀 더 긍정적으로 해본다면 '꾸준함' 이다. 꾸준히 버텨보지 않은 사람은 '한 방'이 터지더라도 금새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좀 더 회사를 버텨보려 한다. 오늘도 하루에도 수백번씩 퇴사 욕구는 솟구치지만, 이것도 못버티면 내 사업은 어떻게 하나 라는 생각으로 버텨본다. 내가 퇴사를 하는 시점은 '더 이상 버티면서 배울 것이 없을 때' 일 것이다.


오늘도 버텨내는 나를 칭찬하고, 내일도 버틸 나에게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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