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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 Jun 03. 2022

수줍은 관종으로 산다는 것

한참 유행했던 mbti검사는 성격 유형을 16가지로 나누고 성향을 나눈다. 나의 mbti는 ENFP다. 극 외향인이라는 ENFP 라지만 사실 나는 부끄러움을 정말 많이 탄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주목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


어렸을 적부터 무대에 서는 것도 좋아했고, 선생님에게 칭찬받는 것도 좋아했다. 하지만 앞으로 나대지 않고 그냥 내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눈에 띄는 아이였던 것 같다. 사실 '눈에 띈다'라기 보단 '성실하다' 쪽이 더 맞는 것 같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뜬금없이 댄스동아리를 하질 않나, 조용히 있다가 반장선거에 나가질 않나. 다분히 외향적인 기질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부끄러움을 많이 탔다. 그치만 또 주목받고는 싶었다.


회사를 다니다보니 나를 주목해주는 사람은 더더욱 적어졌다. 내 주변에는 잘난 사람들로 가득찼고, 나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회사에서 주목받는 다는 건 너무 잘났거나, 뭔가 일이 있는 것이었다. 가십거리로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나는 여전히 관종이었지만, 점점 더 수줍어 졌다.


온라인 세상에서 나의 채널을 넓혀가고 있다. 사실 온라인 세상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나를 더더욱 자신감있게 드러내야 한다. 여전히 나는 좀 그게 부끄럽다. 나의 생각을 누군가에게 드러낸다는 것이 뿌듯하고 재밌는 일이다. 그래서 브런치에도 최대한 솔직한 글을 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누군가 내 글을 보고 나를 알아볼 생각을 하면 생각만해도 너무 부끄럽고 오글거린다. 


차라리 정보성 글을 주로 쓰는 블로그 글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내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브런치의 글은 아직은 조금 부끄럽다. 근데 그러면서도 가끔 생각한다. "내가 브런치에 쓴 글이 책으로 나오면 좋겠당" 


참으로 아이러니한 사람이다. 내 글을 내 옆에 있는 남편에게도 보여주기 부끄러워하면서, 책으로 나오는 걸 꿈꾸다니. 차라리 나를 모르는 사람이 내 생각을 봐주는 건 좀 괜찮은건가? 어쩌면 그래서 브런치에도 글을 재밌게 쓸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내 생각과 나를 주목해줬으면 좋겠지만 막상 내가 드러내긴 부끄러운 그런 수줍은 관종. 인스타그램에 글을 줄줄 올리는건 좀 부끄러워서 스토리만 주구장창 올리며 좋아요가 얼마나 달렸나 확인하곤한다.


솔직한 생각을 드러낸다는 건 더욱 더 수줍은 일인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속마음은 내 솔직한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만 그런가?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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