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멀리 할 용기
오랜만에 같이 일하던 선배와 점심 식사를 했다. 반가웠고 즐겁기도 했다. 동시에 이 선배와는 거리를 조금 두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준 선배였고, 나는 그 선배를 좋아한다. 하지만 오늘따라 무언가 거리를 두고 싶다는 생각이들었다. 나는 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내 친구 얘긴데 말이야~”
“누가 이렇게 얘기하더라고~”
“나는 쟤가 참 싫어~”
선배가 이야기하는 80%에는 다른 사람이 등장했다. 심지어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소위 말해 뒷담화 였다.
뒷담화는 참 재미있다. 셋이 모이면 누구 하나 바보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누구는 그랬다더라~’ 라고 평가하는게 얼마나 시간이 잘가는가.
그런데 어느순간 그런 대화가 거북하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그 ‘누구’가 내가 될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육아로 인해 반강제로 모임을 끊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절된 것 같고 외롭고 쓸쓸했다. 억지로 시간을 만들어 모임에 참여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모임의 이야기 주제가 ‘남’이 되는 순간 항상 공허함을 느꼈던 것 같다.
친한 친구들은 워낙 많은 이야기를 해서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 선배와의 점심식사에서 또 같은 감정을 느꼈다.
나는 관계를 끊는 것을 싫어한다. 어느 누구에게나 배울점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관계를 맺다보면 거북한 순간과 지점이 생긴다. 그럴 때는 그 사람 또는 그 모임과 관계를 맺는 텀을 길~게 둔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이라면 쌓인 이야기가 그만큼 많다. 남의 이야기가 끼어들 틈이 부족하다. 나도 남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니 그렇게라도 조절하는 편이다.
그 선배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 내가 거리두기를 한다는 걸!
섭섭하지만 미안해요!
하지만 내가 선배를 바꿀 수 없잖아요!
물론 바꿀 이유도 없고요.
우리는 거리두기가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