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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 Oct 14. 2022

내가 우리 과장님이랑 싸우는 이유

그걸 하는 이유라도 말해주세요

5년 차 대기업 사원인 나는 내 파트의 과장님에게 따질(?)때가 많다. 오늘도 그랬다. 이유는 ’ 업무보고‘ 때문이었다.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 회사에서 매일매일을 업무보고를 하라고 한 것이다. 말이 업무보고였지 내가 느끼기엔 “일하는 것 감시” 같았다.


몇 년 전 다른 회사에서 팀장님이 비슷한 지시를 한 적이 있었다. 2시간 단위로 업무를 적어서 매일 보고하는 것이다. 명분은 업무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시기 업무보고서를 쓰는 내 동기들과 선배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업무보고에 쓰는 내용만 일을 했다.


나는 여전히 업무보고는 사실 시간낭비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직원들의 효율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는 A라는 일이 팀의 목표라고 했을 때, A의 목적(why) 그 일을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what) 그걸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how)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세 가지 모두를 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how 정도만 알려주어도 된다.


경험상 똑똑하고 야무진 사원들은 A의 히스토리와, 그걸 해결하기 위한 방법만 알려주어도 100% 이상을 하던데. 이상하게도 윗사람들은 그걸 불안해서 관리하려 든다. 무엇을 그리 보고받고 싶은 걸까.


결국 오늘도 못 참고 한마디를 했다.

“저희가 일 안 한다고 생각하신 건 아니죠? “


칙한 우리 과장님은 아니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우리 과장님은 성격은 참 착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내가 느끼기엔 좀 고지식하다.) 업무 공유가 필요하니 정리해두자는 취지라 했다. 물어보기 전엔 전혀 알 수 없었던 그의 마음^^ 참 착하지 못한 부하직원인 나는 또 거들었다.

“그럼 과장님도 같이 공유해주시는 게 좋을 듯해요 “




속으론 부글부글 끓어도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작다면 작은 일이었다. 나는 과장님과 싸웠다고 생각했지만 또 그에게는 아무런 타격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생각을 말하고, 원하는 것을 요구했다.


왜냐하면 감정을 삭이는 것보단 솔직하게 내 의견을 말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고 나니 잘했다 싶었다. 작은 것에 불만이 생겼을 때 앞에서는 “네” 하고 넘어가고 뒷얘기를 하는 것보단 차라리 앞에서 이유를 묻는 게 낫겠다 싶었다.


해결이 되지 않는 상황일지라도 작아도 말 못 하고 끙끙 앓으며 험담만 하는 사람이진 않으니까.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 회사에서도 감정표현은 연습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회사에서는 다른 성격, 페르소나를 가진다. 그럴수록 더더욱 감정표현을 “잘”하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


이상한 지시가 떨어졌을 때 납득이 안된다면 물어야 하고, 묻는 태도는 그래도 예의가 있어야 하고, 해결되었다면 그대로 일을 하면 된다. 그뿐이다.


나는 앞으로도 과장님과 숱한 날들을 싸울 것이다. 싸우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내가 대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와 싸우는 상황에서 내 마름 속에 피어나는 분노와 꿍시렁댐을 잘 표현하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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