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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 Dec 04. 2022

조언을 원하지 않을 땐 입을 다물자

프로 참견러의 다짐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15년 된 친구들이라 이러저러한 일도 참 많았다. 서로의 축복과 고뇌와 힘듬의 순간도 함께 지켜본 친구들이다.


30대가 되니 걱정의 90%이상은 돈에서 시작된다. 출퇴근 길이 멀어 자취를 할지 차를 살지 고민하는 답 없는 이야기에서 시작했다. 돈이 없는게 고민이라면 돈을 벌면 되지않나? 라고 생각해서 말한 부업 이야기가 분위기를 결국 싸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는 차를 사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계산해보면 결국 월세보다 차를 사는 돈이 훨씬 많았다. 그치만 어쩌구저쩌구의 이야기 아래 “결국 차는 남지 않냐” 라는 식이었다. 돈이 없으니 중고차를 사고 싶은데 또 너무 이상한 차는 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어쩌라는건지…?


계속 이야기가 “돈이 없는데~”로 흘러가니 조금 짜증이 났다. 참다참다 못해 “그럼 돈을 더 벌면 되지 않아?” 라는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본업 외에 부업으로 돈을 버는 이야기는 최대한 안하기로 마음먹고 모임에 나왔는데 참 나도 오지랖인지, 자기자랑인건지 결국 말이 나왔다.


나 : “돈이 문제면 부업 하면 안되나..?”

친구 : “우리 회사 겸업 금지야.”

나 : “들키는게 오히려 쉽지 않을걸?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고 요즘은 방법은 많아!”

친구 : “야. 나 짤리기 싫어”

나 : “짤릴만큼 티나려면 진짜 엄청 유명해져야할걸? 너네 가족 명의로 하면 되지!”

친구 : “그러다가 걸려서 짤리면 어떡해”

나 : “아니 그쯤 되서 걸리면 그냥 회사 그만두면 되지~! 그렇게 유명할 정도면 월급보다는 더 벌걸?“


이렇게 얘기가 흘러가고 나의 “그럼 그냥 그만두면 되지” 라는 말로 결국엔 분위기가 싸해지고야 말았다. <시작하는 건 언제든 할 수 있다> 라는 용기를 주고 싶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버리고야 만건지 모르겠다. 돈 걱정하는 친구들에게 돈버는 방법응 알려준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내가 선을 넘어버렸나보다.


나로써는 참 답답했다. 월세 몇 십만원이 아까워 차를 사고싶다던 친구는 샤넬 지갑을 들고 30만원이 넘는 최신 이어폰을 자랑했다. 두 아이를 외벌이로 키우기 힘들다는 친구는 알바라도 구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내가 말하는 굉장히 쉬운 부업조차도 ”귀찮다“ 고했다. 그 친구들의 결론은 ”안정적으로 출퇴근하고 월급은 받고싶어“ 였다.


굉장히 모순이라 느꼈다. 안정적인 직장?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안정적일 수록 급여는 적을 수 밖에 없다. 안정적이지만, 돈도 많이 주면서, 내 욕심도 모두 다 채울 수 있는 직업. 안타깝게도 이미 그런걸 가진 친구들은 그 자리를 절대 뺏기지 않는다.


내가 말하는 수많은 돈버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버거워 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차 싶었다. 깊은 이야기는 굳이 관심사가 다른 사람들에겐 안하는 게 좋은데. 또 혼자 오버를 했나 싶었다. 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이야기한 것 뿐인데, 친구들의 자존감을 깎아내려버리는 못된 사람이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앞으로는 내가 나서서 이런 이야기를 절대 시작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누가 물어보더라도 그냥 모른척 하기로 해야겠다. 굳이 얘기해봤자 나는 답답함에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 뿐인데, 남의 상황도 모르고 감놔라배나라 하는 사람이 될 뿐이다.


점점 친구 관계가 더 어렵게 느껴진다. 허심탄회도 상황이 비슷해야 가능한 것 같다. 내 생각대로 말하면 결국 나는 미친년이 되고야 만다. 어렵다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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