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약복용을 시작합시다>
길다면 긴 시간동안 약을 먹어온 아들에게 작년겨울 약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이상하다 할 정도로 약에 대해 물어오질 않았다.
어릴 때야 그럴 수 있지만, 머리도 커지는 녀석이 그냥 아침에 습관처럼 먹는 약이 안 궁금한가...
긍정적인 상황에 긍정적으로 털어 놓으려던 나의 계획과는 달리 그녀석의 불안정함과 내 불안함이 맞불릴 때 참고있던 것을 화산폭발하듯이 털어놔버렸다.
그런데, 이녀석 타격감 없다.
다행이다.
괜히 망설였다. 에잇 찌질해.
2018년 1월
전두엽의 발달이 늦어 생기는 현상이니 약의 도움을 받으면 한결 좋아질 거라는 교수님 말씀에 시작 안하겠다고 할 이유가 없었다.
곧 닥칠 초등학교 입학도 걱정이 되었고, 그대로 두면 모두 더 힘들어질게 뻔해보였다.
과감히 진행시켰다.
그런데, 이 약물 보통이 아니네…
먹고 일주일동안 속이 너무 안좋단다. 마음이 아파온다.
울렁거려서 점심은 먹지 못할만큼 힘들어 하였다. 짠하다.
체중에 맞춰 시작했던 약용량을 최소한으로 다시 낮춰 천천히 증량을 하기로 했다.
다행인지 잘 적응해 갔고, 어렸던 아들은 그만큼의 약물에도 차분해지었다.
처음엔 너무 차분해진 모습에 적응이 되지 않아 교수님께 문의도 드렸드랬다.
그땐 참 배불렀네…나 지금 초심 잃었네...
저학년은 잘 적응하며 지냈다. 소소하게 같은 반 친구들이랑 어울려 집 오가며 놀고 양보도 하고, 상대 이야기도 들어주고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고 곧 좋아질 수 있겠구나...하는 어리석은 생각도 잠시 했었다.
3학년쯤까지 먹이면 효과를 볼거라는 말씀을 철썩같이 믿고 시작하였는데, 그 말 한마디가 내겐 굉장한 희망이었는데, 그 말에 의미부여 하면서 부터 내 기다림이 더 길어졌고, 조급함도 생겼고, 실망감도 커졌던거다.
허나 현실은,
6년이 지나 7년차인 중1이 된 지금도 아침마다 약을 먹고 등교한다.
쉽지 않은 문제였던거다.
가끔 좋아진것 같아 과감히 단약을 시도해보지만, 흐물거리는 정신줄이 내게 보이는 것 같을 정도이며 집안 공구함에 아이 나사를 하나 빼어둔 것처럼 행동 하는 것을 보면서, 다급히 다시 약을 찾는 내가 보인다.
고학년에 되면서 키도 체중도 늘어나니 당연 증량이 따라오고, 그렇게 약을 늘려감에 따라 아이의 변화를 관찰한다. 약종류도 변경한다.
멘탈이 강해지니 약을 이기는 시간대도 생기고, 약의 효과가 그날 그날 다름이 느껴진다.
나는 지금도 계속 약에 의존하고 있고, 아이도 그렇다.
엄마의 불안증이 생기고, 더 깊어진다.
끝이 보이지않는 여정에 두려움마져 커진다.
긴 싸움에 엄마의 우울증과 불안증도 더불어오기 마련이다.
ADHD 약은 점심시간 전후로 집중력이 급격히 올라가며 차분해진다. 해서, 심하게 반응오는 아이들은 점심을 거의 못먹는다고 한다. 내 아들은 맛있으면 먹는다. 안 먹으면 맛없는거다. 약을 이겨낸다. 대단하다.
허나, 그 집중력은 공부에 사용하지 않고, 다른 곳에 과몰입한다.
약물로 사회성에 도움을 받지 못하지만, 그래도 약먹을 때보다는 친구도 생길만큼 약간의 조정은 된다.
약간이다.
저학년때는 보였던 교우관계의 긍정적인면이 이제는 다시 찾아 볼 수 가 없다.
성격으로 자리 잡았나보다.
코로나 탓도 해본다.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는 약의 효과를 어느정도는 보면서 공부습관도 잡히고, 차분한날은 또 차분하게 그렇게 지낼 수 있었다. 이때까지만해도 천사였다.
복선처럼 흘리듯 말씀하신 교수님의 "아직 사춘기가 안왔으니..."라는 말이 자꾸 맴돈다.
중학생이 되었다.
새학기시작과 함께 시작된 호르몬성장의 대환장극은 2가지의 심신 안정약을 추가 시킨다.
대단원의 사춘기가 추가옵션으로 들어왔다.
난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