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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 Oct 25. 2024

음식은 마음을 살펴준다

우리는 단순한 것! 으로부터 살아갈 힘을 얻는건 아닐는지

 주기적으로 먹고 싶은 음식은 대개 아프거나 입맛이 없을 때 불현듯 생각난다. 

그중에도 유독 힘이 불끈 나는 신통한 메뉴는 '미역국'이다. 펄펄 한 솥 끓은 국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나는 걸 보아도 제법 힘이 생기는 희귀한 느낌도 재밌지만 뜨끈한 국물에 밥을 넣어서 먹으면 배속에 뜨거운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것을 느끼는데 그 순간도 애정하는 순간이다. 


 미역국은 이렇게나 귀하고 신통한 음식이다. 가끔 메마른 기침이 나오고 미열이 지속되는 날이면 구비해 둔 인스턴트 미역국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챙겨 먹는다. 직접 만들어 먹는 맛도 일품이지만 일회용 미역국도 신통한 효능은 매한가지다. 먼저 먹기 편하게 미역을 잘게 자르고 국물과 훌훌 털어서 입에 넣으면 뜨끈한 국물에 굳어진 몸과 마음도 언제 그랬냐는 듯 온기로 스며드니 얼마나 기특하고 고마운지. 슬며시 올라온 몸속의 온기는 마치 누군가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을 받은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들도록 만드니 가히 사랑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여전히 기운 없거나 아플 것 같은 날이면 나는 가장 먼저 미역국이 생각난다.  오늘도 메마른 기침이 연거푸 올라왔다. 이른 아침에 뚝딱 만들어 놓은 미역국으로 한 사발 들이키고 나니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싼다. 따뜻한 온기가 고단한 하루를 매만져준다. 그렇게 온몸에 차츰 온기가 돌기 시작하면 보약 한 사발 먹은 것처럼 없던 기운이 생기고 아픈 몸을 건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음식이란 얼마나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의 허기진 마음을 돌봐주는가! 새삼 아픈 시간 안에는 우리는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을 부정할 수 없다. 기억 속에 따뜻했던 것이 지금의 나를 치료하는 것 아닐는지. 그러니 평범함 속에서 비범하도록 멋진 녀석을 무척 애정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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