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량의 사랑

by 정소정



어젯밤 잠들기 전에 나는 이런 계획을 세웠다.
내일 아침 여덟 시쯤 일어나 아홉시 반 요가를 해야지. 그리고 세 시간 정도 글을 쓰고 밥을 먹고, 그 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며 못 가고 있는 병원도 가야지. 하지만 오늘 눈을 떴을 때, 보기 좋게 시계는 열 시를 넘어서고 있었고 나의 계획도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물론 난 이미 이 실패를 예감했으며 그래서 저녁 타임 요가를 예약해 놓았다. 오전엔 비교적 사람이 적어도 예약을 하지 않아도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우선 저녁시간부터 예약해 놓는 버릇도 있다. 제 시간에 자고 제 시간에 깨는 간단한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다섯 살 짜리도 나보단 잘 할 것 같다. 대여섯 살에 이미 터득했어야 할 이 기술을 연마하고자 근 십 년을 노력중인데 잘 되지 않는다. 이래서 조기교육 조기교육 하나보다. 물론 생활습관이라는 게 무서워서 어렸을 때는 잘 하던 아이도 커서 어느 순간 루틴이 바뀌면 되돌리기가 힘들어진다. 직업적으로 글을 쓰면서부터 생각을 멈추기가 힘들어서 불면에 시달리곤 한다. 어쩌면 심란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자꾸만 뭔가를 생각하고,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 하고 메모를 하고, 난 좀 많이 시달리는 것 같다. 그게 싫은 건 아니다. 난 이런 종류의 시달림을 참 좋아한다.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글을 쓰고, 또 그러다가 사소한 쇼핑 같은 걸 하면서 따짓도 하는 그런 시간이 좋다. 좋아하니까 멈추지를 못 하고, 그러니까 자꾸만 생활패턴이 무너지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딱 정량이 있는 것 같다.

그 정량을 알고, 맞추는 연습해야 한다.너무 좋아해도, 너무 싫어해도 아프다. 오늘은 아프지 않을 만큼만 나의 이야기를 좋아하고 내일은 꼭 아침요가를 하고 싶다. 그래야 이 사랑을 멈추지 않고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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