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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랑 이야기는 성장 이야기

다시 만난 세계 - 1

by 시그리드

모든 성장은 사랑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저는 픽했습니다>라는 드라마가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 갑작스럽게 아이돌, 그것도 지하 아이돌에게 빠지게 되는 이야기다. 로그 라인만 보면 굉장히 밝고 코믹할 것 같지만 꽤나 진중하고, 미스터리 요소가 있는데다, 본 드라마 특유의 교훈도 빠지지 않는다.

주인공에게 덕질은 공허한 삶의 도피처였겠지만, 사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은 자신을 성장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드라마가 사랑 이야기이자, 성장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극 초반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직장동료들과 함께 평범한 주말을 보내고 있던 주인공 '아이'는 우연히 자신의 최애 ‘하나’를 만나게 되는데

부끄러운 나머지 모르는 척 지나쳐 버린다. 자신이 지하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실을 숨기고 싶었던 거다.

사실 그건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는 것이기도 했고. 하나 또한 그렇게 상처를 받고…


그 장면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건 남의 일이 아니다.


나는 왜 여덕인게 창피했을까

나도 덕후임을 지속적으로 부정했고, 그냥 한 명의 언니 ‘팬’ 임을 스스로 강조해왔다.

‘덕후’ 그것도 그래도 또래 중에 이따금씩 볼 수 있는 보이그룹의 팬이 아닌, 걸그룹의 팬이라는 사실은 무언가 드러내면 안 되는 금기 같았다.그 뒤로 따라오는 수많은 질문들, 신기한 생명체를 바라보는 표정이 왠지 모르게 싫었다.

그런 내가 어떻게 덕후, 그것도 ‘여덕’ 임을 당당하게 인정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고백해볼까 한다.


이 이야기는 나의 덕후로서의 성장기이자, 몇 년간의 기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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