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덕질, 사랑의 역사

다시 만난 세계 - 2

by 시그리드

덕질, 사랑의 역사

평생 나는 무언가를 사랑하면서 살았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조건 없이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그래서 덕질이라는 것은 사랑의 동의어라고 생각한다. 그 대상은 실제 살아있는 인간이기도 했고, 혹은 닿을 수 없는 배우나 가수이기도 했으며, 동물이거나 무생물이기도 했다. 가끔 덕질하는 것이 없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런 ‘비수기’에는 굉장한 우울감을 느꼈다. 몰입할 대상, 애정을 쏟을 대상이 없다는 것은 삶의 활력소가 없는 것과 같았달까.

때로는 좋아하는 것이 없더라도, 누군가 나를 아껴주는 감정으로 충만함을 얻기도 했지만 사랑을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훨씬 큰 만족감을 준다는 걸 해본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덕질’ 이라는 감정은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기도 한 것 같다. 살아있음을 스스로 더 깨닫는 수단일 수도 있겠다.



소녀의 꿈을 응원하세요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라

국민프로듀서라는 이름으로 당신의 선택이 아이돌을 꿈꾸는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프로그램이 몇년간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때가 있었다. 제작진의 조작 정황이 발견되며 수많은 사람을 분노하게했으나, 화제성 높았던 시즌1부터, 굳히기에 들어간 시즌2까지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특히 주변에서는 시즌2의 원픽들을 응원하며 데뷔한 남자 아이돌그룹에 열광했다.

이 시리즈를 좋아했지만, 왠지모르게 내가 가장 열심히 보기 시작했던 건 한국과 일본의 출연자들이 동시에 출연하는 시즌3였다. 나는 일본 아이돌들을 잘 몰랐고, 애초에 응원하고싶은 픽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뭔가 양 나라의 아이돌문화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었고, 각 나라의 실력이나 매력이 다양해서 자연스럽게 챙겨보았다.


그래서 어쩌다가

그렇게 몇화를 주기적으로 챙겨보던 나는 하얗고 여러보이던 그 아이가 "제가 해볼까요?" 하며 리더를 하겠다 손을 드는 순간 결심하게되었다.

내가 이 아이의 꿈을 지켜줘야겠다. 그렇게 난 속절 없이 아이돌 덕후가 되어버렸다. 그것도 여자아이돌을 좋아하는 여덕이.

keyword
이전 02화모든 사랑 이야기는 성장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