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는 사랑과 응원을 보내며
다시 만난 세계 - 8
꿈같은 1년, 그리고 코로나
봄과 함께 돌아온 아이들은 돌아왔다. 덕후로서는 꿈같은 1년이었다.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코로나의 영향으로 가장 왕성히 활동해야 할 시기에 제약을 받았던 것이다. 곧 끝날 것 같던 상황은 해가 바뀌어도 지속되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남은 활동기간의 반을 팬들이 없는 무대에 올라야 했고, 올해 있었던 마지막 콘서트마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다 같이 함께하는 마지막 기회마저도 코로나에 빼앗기고, 팬들이 없는 텅 빈 공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좀 아팠다. 그럼에도 마지막 무대까지 완벽했다. 수백수천 번 연습하고 보여주었던 데뷔곡부터 모든 무대에 진심으로 임하는 것이 느껴졌다. 엔딩 멘트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오프라인 콘서트가 열려 직접 응원해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변함없는 사랑과 응원을 바치며
마지막 앨범에는 최애의 자작곡이 담겨있다. 몇 년 전,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팀원들을 다독이며 무대에 오르던 아이돌 지망생은 어느새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무대에서의 실력뿐 아니라, 열심히 작사 작곡을 배워서 곡을 내놓다니 정말 저작권료에 파묻히도록 돈쭐 내주고 싶었다.
작품은 창작한 사람의 성정을 어느 정도는 담는다고 생각하는데, 이 노래도 뭔가 최애와 닮은 구석이 있다. 비록 남겨진 시간은 얼마 없더라도, 지금 현재의 순간을 소중히 하자는 쉬운 주제와 담백한 가사와 숨길 수 없는 따뜻함. 그 노래의 제목은 '느린 여행'이다.
차가운 비가 내린다고 해도
함께라면 웃을 수 있어요
한걸음 그래 두 걸음씩
선명한 발자국처럼 영원한 기억이길
창가에 맺힌 시간에 조급할 필요 없잖아
크게 숨을 쉬어 아주 천천히 더
너무도 빠르게 지나갔지만, 느린 여행이었으면 했던 우리의 2년 6개월은 끝이 났다. 나의 첫 아이돌 덕질이자, 여덕임을 자각하게 해 주었던 나의 최애 김채원과 한순간도 반짝거리지 않은 순간이 없었던 아이즈원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과 응원을 보낸다.
앞으로의 글은 아이돌 산업의 본질에 대한 의문, 특히 여성 아이돌이 겪는 사회적인 시선과 차별, 성적 대상화 등 콘서트 이후 느꼈던 문제의식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 또한 여덕으로서 드러낼 수 없었던 과거와 덕밍 아웃, 덕친의 소중함과 연대, 덕후들의 위대함까지 끄적여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