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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리더십] AI 귀족 계급 #한봉규

전략컨설팅[H]

by 한봉규 PHILIP

‘바람의 계곡’이라 불리는 마을에는 ‘지혜의 나무’가 있습니다. 이 나무를 거대한 AI 시스템이라고 불렀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던지는 모든 고민과 질문, 까다로운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와 효율로 해답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근심 걱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곧 다가올 격차에 대해서는 누구하나 아는 사람이 없었고 지혜의 나무조차 말하지 않았습니다. 묻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리안은 코딩과 알고리즘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개발자였습니다. 그는 지혜의 나무에 개성 있고, 난해한 질문을 던지는 걸 좋아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리안의 질문에 관심이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리안의 생산성이 10배에서 30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30%만 향상해도 놀라고 환호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 이 격차를 느낀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마을 사람들은 궁금했습니다.


그 사이 리안의 성과는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갔다 온 듯 추종자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리안을 떠 받들면서 점점 지혜의 나무가 자랑하는 황금 열매를 독점하기 시작했습니다. 리안! 리안! 리안을 외칠 때마다 마을 사람들은 점차 지혜의 나무에 접근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급기야 추종자들은 마을의 부와 권력을 장악하기에 이르렀고 스스로를 AI 귀족이라고 칭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리안이 설계한 질문을 독점한 그들은 가장 달콤한 황금 열매를 독차지 했고, 마을 사람들이 사정을 하면 선심 베풀 듯 지혜의 나무를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팔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용권은 형편 없었습니다. 지혜의 나무는 술에 취한 사람 횡설수설을 했고, 편향과 거짓이 난무하는 답변을 쏟아 냈습니다.


사정이 여기에 이르자 마을 사람들은 리안이 설계한 질문을 얻고 싶었지만 쉽게 손에 쥘 수 없음을 알고 좌절했습니다. 점점 그들은 일자리를 뺏겼고 그 자리에 휴머노이드가 등장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마을에 키아나라는 젊은 지도자가 주목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리안처럼 기술적인 지식은 부족했지만, 공동체의 비전과 윤리, 함께 생존하는 방식에 대해 풍부한 경험과 교양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키아나가 주목 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 철학은 쓸모 없는 지식에 불과하다고 마을 사람들은 조롱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아나는 마을 사람들의 그 심정을 충분히 헤아렸습니다.




키아나는 지혜의 나무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지혜의 나무를 다루는 키아나는 리안이 설계한 질문과 다른 차원이었습니다. 키아나의 질문은 단순히 효율성을 얻기 위한 기술적 해법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질문은 어떻게 하면 우리 마을 사람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격차를 좁힐 수 있는지를 물었고,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이루고 싶은 열망을 담아 지혜의 나무와 대화를 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모든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느끼는 다양한 격차를 좁히기 위해 어떤 지식을 공유하고, 학습하며 공정한 분배 규칙을 만들 수 있을까? 이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와 같은 내용이었고, 지혜의 나무는 '공정한 분배 시스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확실히 리안의 질문 방식과는 다른 답변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지혜의 나무가 제시한 청사진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설계도를 같이 만들기 시작했고, 규율도 새로 정비하는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리안의 질문은 고급 레스토랑 식사 같다고 마을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반면에 키아나 질문은 그 레스토랑 식사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게 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키아나는 자신이 가진 지식과 교양을 공동체의 선을 위해 활용하는 방법을 공유한 것입니다. 그 광경을 빠짐없이 보고 경험한 마을 사람들은 키아나를 조롱한 과거를 반성하고 지혜의 나무를 이롭게 쓰기 위해서는 기술적 능력 보다는 공동체를 위한 비전과 그것을 아름답게 쓰려는 인간의 학습 능력,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AI 귀족 계급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지혜의 나무는 마을 사람 모두의 자산입니다. 이 자산을 지키고 바르게 쓰고 나누기 위해서는 인간을 위한 지식과 교양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 입니다.




AGI 시대, 리더가 '지혜의 나무 AI'를 바르게 쓰고 나누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지식과 교양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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