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조미진 작가. 20170904.
며칠 전 그림을 하나 봤습니다. '침묵하는 표적'이란 윤상렬 화가 작품입니다. 그림맹인지라 작품 의도를 잘 모르겠었어 작품 해설을 찾았습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허무는···'이란 말이 가슴에서 공명합니다.
진실과 거짓. 사람은 8분마다 거짓말한다는데 8분마다 진실을 말한다는 통계는 없는 것 같아요. 거짓에 익숙해지는 걸까요. 윤화백은 진실과 거짓 간 경계를 어떻게 본 것일까요. 0.3mm~0.7mm 샤프로 선을 긋다 보니 '공간'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경계가 사라지니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 신비롭습니다. 한 번 따라 해보고 싶어요. 공간을 만들어낸 힘은 '고요'라고 합니다. 참 고운 말입니다. 고요는.
기업은 경계가 희미해질 수록 어려운 일을 겪는 것 같습니다. 분업이 고도화 한 탓이겠죠. 이런 어려움이 있는 상태를 단순하게 말하면 '문제'라고 합니다.
"지금 어려운 점이 있나요?” 그렇다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하지만 아직 확신할 순 없습니다.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하려면 사실과 허구를 분명하게 갈라야 합니다. 사실을 모으면 새로운 공간이 열립니다. 이 공간이 바로 문제입니다.
경계가 희미해 질 수록 나타나는 공간과 다르게 사실 간 경계를 분명히 할 수록 나타나는 공간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처럼 문제를 정확하게 아는 것은 각성입니다. 여하튼 간에 샤프심으로 텅 비었던 마음을 채워 주신 작가께 경의를 표합니다. 정말 놀라운 작품이었어요.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