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에집중하라] 한 권 책을 보내며

by 한봉규 PHILIP



책 한 권을 우편으로 보내는 일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가장 고민한 일은 누구에게 보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누구에겐 주고 나는 안 주느냐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대상 선정을 마치면 주소를 묻고 받아 적어야 한다. 서울 사는 줄 알았을 뿐이다. 사는 동네도 알았고, 몇 동 몇 호인 지도 알았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주소지 모두는 아파트였다. 단독 주택은 이제 더는 없는 듯했다. 이런 생각이 드니 옛 추억하는 도둑맞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도로명 주소와 우편번호만 있으면 우편물이 안전하게 도착한다고 하니 이는 또 안심이다. 시어머니 아들 집 찾아가는 고통을 우편번호 다섯 자리 숫자가 말끔하게 해결한 듯도 싶었다.


책 넣을 봉투는 70원, 우체국 한곳에 앉아 내 주소만 서른 번을 썼다. 대략 1시간 반이 걸렸다. 그다음은 봉투를 봉인하고, 우편 요금을 지불한다. 우표 대신 출력한 스티커를 봉투에 붙이면 내 일은 끝난다. 쾅쾅 소리 내며 우편물에 도장을 찍었던 것도 같은데, 지금은 스티커가 도장을 대신한다.


이렇게 바뀐 것이 꽤 오래전 일이라고 한다. 메신저를 쓰면서 집 근처 우체통이 사라졌고, 퀵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우체국 갈 일도 일 년에 한두 번이다. 우편물 하나 보내면서 이런 말은 뭣하지만 삶은 헤어지고 새로 만나고, 추억은 남고 기억은 사라지는 듯도 싶다. 이를 매일 반복하는 것이 살아있는 일이고, 둘 중 한 지점에서 멈추는 것은 죽음이다. 그런 탓에 반복하는 일상은 소중하고 귀하다. 범사에 감사하라라는 말은 바로 이 맥락이었다.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부디 이 우편물이 한동안 무심한 흔적 한곳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서 따듯한 우정 나무로 자라나줬으면 싶다. 좋은 기억 보내면 좋은 추억으로 자라나줬으면 싶은 것이다. 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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