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미워해도, 기억할게

용서라는 이름의 사랑

by 도휘 최원준

어둠에서 돌아온 엔젤은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그의 빛은 여전했지만,

이제 그 안에는 다른 색깔들도 섞여 있었다.

어둠 속에서 만난 것들의 흔적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선명한 것은 작은 상처들이었다.

엔젤은 빛의 품에 안겨 조용히 그 기억들을 떠올렸다.

어둠이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배웠지만,

그래도 아팠던 순간들이 있었다.


"왜 그때는 그렇게 아팠을까?"


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어둠 속에서 만난 것들은 복잡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순했다.

하지만 그 단순함이 때로 더 깊은 상처를 남기곤 한다.


첫 번째 기억은 차가운 바람이었다.

엔젤이 어둠 속에서 처음 만난 것 중 하나였다.

빛의 품에서는 항상 따뜻했는데,

어둠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처음에는 신기했다.

새로운 감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바람은 점점 더 매서워졌다.

뼈까지 시리게 만들었고, 엔젤의 작은 몸을 떨게 했다.


"따뜻하게 해줘."

엔젤이 바람에게 말했다.

빛에게 말하듯 순수하게, 진심으로.

하지만 바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세게 불었다.

엔젤의 간청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이.


그때 엔젤은 처음 깨달았다.

세상에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아무리 간절히 부탁해도 들어주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널 미워해, 바람."

엔젤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날 춥게 하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널 기억할게.

네 덕분에 따뜻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으니까."


두 번째 기억은 어둠 속의 소리였다.

엔젤이 홀로 있을 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서운 소리였다.

으르렁거리는 듯도 하고, 울부짖는 듯도 했다.

엔젤은 무서웠다.

빛의 품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소리였다.


"무서워하지 마."

엔젤이 자신에게 말했다.

하지만 몸은 저절로 떨렸고, 눈물이 흘렀다.

그런데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엔젤 바로 앞에서 멈췄다.

엔젤은 눈을 꼭 감고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눈을 떠보니,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소리만 있었을 뿐, 실체는 없었다.


"날 무섭게 만들었어."

엔젤이 그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말했다.

"왜 그런 무서운 소리를 냈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널 기억할게.

네 덕분에 용기가 뭔지 배웠으니까."


세 번째 기억은 거짓 빛이었다.

엔젤이 어둠 속을 헤매다가 멀리서 빛을 발견했다.

반가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엔젤은 그 빛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가까이 갈수록 그 빛은 달랐다.

따뜻하지 않았고, 부드럽지도 않았다.

차갑고 날카로웠다.

그리고 그 빛에 닿는 순간, 엔젤은 아팠다.

데인 것처럼 따가웠다.


"넌 진짜 빛이 아니야."

엔젤이 실망하며 말했다.

정말 빛인 줄 알았는데, 빛의 모습을 한 다른 무언가였다.


"날 속였어."

엔젤이 그 거짓 빛에게 말했다.

"정말 집에 갈 수 있는 줄 알았는데.

하지만... 널 기억할게.

네 덕분에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법을 배웠으니까."


네 번째 기억은 혼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엔젤이 어둠 속에서 다른 작은 빛들을 만났다. 반가웠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그렇게 기쁠 줄 몰랐다.

함께 어둠을 지나고, 함께 길을 찾고, 함께 쉬었다. 엔젤은 행복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 빛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각자의 길을 찾아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면서.

마지막 빛이 떠날 때, 엔젤은 붙잡고 싶었다.


"나도 데려가줘."

하지만 그 빛은 고개를 저었다.


"넌 네 길을 가야 해."

그렇게 엔젤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

이번에는 더 깊은 외로움이었다.

함께 있었던 기억이 있어서 더 외로웠다.


"날 혼자 두고 갔어."

엔젤이 사라진 빛들에게 말했다.

"같이 가면 안 되는 것이었을까?

하지만... 너희를 기억할게.

너희 덕분에 혼자여도 버틸 수 있다는 걸 배웠으니까."


다섯 번째 기억은 자신의 그림자였다.

빛의 품에서는 모든 것이 밝아서 그림자가 없었다.

어둠 속에에서는 모든 것이 어두워서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빛과 어둠 속을 거닐다 보니, 엔젤도 그림자를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신기했다.

빛과 어둠 사이에서 발견한 엔젤의 그림자,

엔젤의 모양이지만 완전히 검었다.


"넌 누구야?"


엔젤이 그림자에게 물었다.

그림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따라다녔다.

엔젤이 어디로 가든, 무엇을 하든.


어느 순간 엔젤은 깨달았다.

그림자도 자신의 일부라는 것을.

빛이 있어서 생기는 것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어두운 면이기도 하다는 것을.


"넌 내가 싫어하는 나야."

엔젤이 그림자에게 말했다.

"왜 계속 따라다니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널 기억할게.

네 덕분에 내 안의 어둠도 나라는 걸 알았으니까."


마지막 기억은 빈 자리였다.

엔젤이 어둠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를 발견했다.

별들이 반짝이고, 부드러운 풀이 자라고, 작은 시냇물이 흐르는 곳.


"여기서 쉬어야지."

엔젤은 그곳에 앉아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정말 아름다웠다. 빛의 품만큼이나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아름다움에 익숙해졌다.

처음의 감동이 사라졌다.

그리고 무언가 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뭔가 부족해."

엔젤은 깨달았다.

아무리 아름다운 곳이라도, 혼자서는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군가와 나누지 않으면 진짜 기쁨이 아니라는 것을.


"넌 아름다웠어."

엔젤이 그 장소에게 말했다.

"하지만 혼자서는 충분하지 않았어.

하지만... 널 기억할게.

네 덕분에 나눔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으니까."


엔젤은 이제 알았다.


미워한다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었다.

상처받았다는 증거였고, 살아있다는 표시였다.

그리고 그 상처들이

자신을 더 깊이 있는 존재로 만들어주었다.


차가운 바람이 없었다면 따뜻함의 소중함을 몰랐을 것이다.

무서운 소리가 없었다면 용기를 기를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거짓 빛이 없었다면 진짜를 구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외로움이 없었다면 함께 있음의 소중함을 몰랐을 것이고,

그림자가 없었다면 자신의 완전한 모습을 알지 못했을 것이고,

빈자리가 없었다면 나눔의 기쁨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게 필요한 것이구나."

엔젤은 조용히 말했다.


"미워해도 괜찮아. 아파해도 괜찮아. 그래서 기억할 거야.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해주었으니까."


엔젤의 마음속에서 작은 상자가 만들어졌다.

그 안에는 모든 아픈 기억들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더 이상 상처가 아니었다.

보물이었다.


"고마워."

엔젤이 그 기억들에게 말했다.


"너희 덕분에 내가 자랐어."

그리고 그는 미소 지었다. 이제 정말로 빛의 품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었다.




【정신(正信)의 마음】 결국, 믿을 수 있는 건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신념'. 모든 작은 상처들에도 불구하고 다시 사랑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엔젤의 순수한 믿음은 진정한 정신의 구현이었다.

【정자(正慈)의 마음】 모든 여정을 가능하게 한 내 안의 자원, '사랑받은 기억'. 아픈 기억조차 성장의 보물로 받아들이고, 그 모든 것을 자신을 사랑하는 힘으로 만든 엔젤의 순수한 마음은 정자의 완성이었다.




"진짜 사랑할 수 있으려면, 상처받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

- 도휘 최원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