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살아볼래요

사랑을 체험하기 위한 선

by 도휘 최원준

빛은 언제나 그랬듯 말 없이 엔젤을 감싸고 있었다.

그 품은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완전했고, 결핍이 없었고, 상처받을 일도 없었다.

하지만 엔젤의 마음은 점점 더 깊어졌다.

완전함 속에서 느끼는 이상한 공허함이 있었다.


"빛만 있으니까, 빛이 뭔지 모르겠어요."


그는 진심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흔들렸고,

그 흔들림 속엔 살고자 하는 갈망이 담겨 있었다.


마치 새장 속의 새가 하늘을 그리워하듯,

안전함 속에서 위험을 갈망하는 역설적인 마음.


"내가 어떤 존재인지, 그걸 진짜로 알아보려면…"


그 말은 끝까지 닿지 못했지만,

엔젤은 무언가를 감수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두 손을 꽉 쥐고, 입술을 깨물고, 눈 속에는 결연함이 번뜩였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둠 속에 가볼게요.

그 안에서… 나를 느끼고 싶어요.

사랑이 어떤 건지도… 배워보고 싶어요."


그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빛은 조용히, 천천히, 품을 넓혔다. 마치 슬픈 축복처럼.

놓아주는 사랑의 마지막 인사처럼.


엔젤은 두려웠지만, 눈을 감지 않았다.

그는 이제, 삶을 선택한 영혼이었다.


그렇게 만난 첫 번째 어둠은 외로움이었다.

빛의 품을 떠나자마자, 엔젤은 완전한 고독 속에 떨어졌다.

아무도 없었다. 아무 소리도 없었다.

오직 자신만이 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공포가 밀려왔다.

가슴이 조여들고, 숨이 막혔다. 돌아가고 싶었다.

빛의 따뜻한 품으로, 안전한 그곳으로.


하지만 그는 뭔지 모를 무언가를 향해 참고 기다렸다.

시간이 흐르자, 외로움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자신의 목소리였다.

아무도 듣지 않는 곳에서 부르는 자신의 이름.

아무도 없는 곳에서 속삭이는 자신의 마음.


"엔젤... 엔젤... 나는 여기 있어."


그 목소리는 작았지만 분명했다.

외로움 속에서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았다.

혼자라는 것은 곧 온전히 자기 자신과 함께 있다는 뜻이었다.


"외로움도 나의 일부구나."


이어 만나게 된 두 번째 어둠은 아픔이었다.

엔젤은 날카로운 것들과 마주쳤다.

가시 같은 말들, 칼날 같은 시선들, 돌멩이 같은 무시들.

살갗이 찢어지고, 마음이 상처를 입었다.


"아파..."


그는 울었다. 처음으로 흘리는 눈물이었다.

짠맛이 났고, 뜨거웠고, 끝없이 흘러내렸다.

아픔은 예상보다 훨씬 강렬했다.

몸 전체를 관통하고, 영혼까지 흔들어놓았다.


하지만 울고 나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아픔이 자신을 더 깊이 느끼게 해주었다.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은 곧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아픔을 견뎌낸 자신이 이전보다 강해져 있음을 알았다.


"아픈 만큼 성장하는구나."


뒤이어 만난 세 번째 어둠은 거짓이었다.

엔젤은 자신을 속이는 법을 배웠다.

아픈 것을 아프지 않다고 하고, 슬픈 것을 기쁘다고 하고,

무서운 것을 담담하다고 하는 법을.


처음에는 편했다.

거짓말 뒤에 숨으면 상처받지 않을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미움받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거짓 속에서 진짜 자신이 사라져가는 것을 느꼈다.

가면을 쓰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면 아래의 진짜 얼굴이 무엇인지 잊혀져 갔다.


"이건 아니야."


그는 가면을 벗기로 했다.

다시 상처받을 각오를 하고,

다시 거부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진짜 자신으로 살기로 했다.


"거짓으로는 진짜 사랑을 받을 수 없어."


그 순간 마주한 네 번째 어둠은 절망이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 왔다.

노력해도 안 되고, 기다려도 안 되고,

희망을 가져도 안 되는 순간.

엔젤은 그 순간 바닥에 주저앉았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빛 속에 있었으면 이런 고통은 없었을 텐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어둠 속에서의 여행을, 성장을, 심지어 존재 자체를.

무의미함이 온몸을 짓눌렀다.


하지만 그 바닥 가장 어두운 곳에서, 엔젤은 발견했다.

희망의 씨앗을.

그것은 아주 작았지만, 분명히 거기 있었다.

어둠이 깊을수록 더 밝게 빛나는 무언가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구나."


그는 천천히 일어났다.

넘어진 횟수만큼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


몸을 일으키며 만난 다섯 번째 어둠은 사랑의 부재였다.

엔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소중한 존재가 떠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붙잡고 싶었지만,

억지로 잡을 수 없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배웠다.


"사랑한다는 건... 때로는 놓아주는 거구나."


이별의 아픔은 다른 어떤 아픔보다 깊었다.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았고,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그 공허함 속에서 엔젤은 깨달았다.

잃어버린 사랑이 아프다는 것은 곧 진짜 사랑을 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자신 안에 있다는 증거였음을.


"사랑을 잃는 것보다 더 아픈 건, 사랑할 수 없는 거야."


마지막 어둠은 죽음의 그림자였다.

엔젤은 자신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젠가는 끝이 올 것이고,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과 마주했다.

처음에는 두려웠다. 무(無)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공포가 밀려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두려움이 다른 무언가로 바뀌었다.

간절함.


한정된 시간이기에 더 소중하고, 영원하지 않기에 더 아름답다는 것을.

죽음이 있기에 삶이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끝이 있기 때문에 모두 소중해."


모든 어둠을 지나온 엔젤은 이제 달라져 있었다.

상처받았지만 부서지지 않았고,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났고,

절망했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는 진짜 자신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알았다.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은 완벽한 곳에서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상처받을 수 있는 곳에서,

잃을 수 있는 곳에서,

아플 수 있는 곳에서 느끼는 것이었다.


어둠을 경험했기에 빛의 소중함을 알 수 있듯,

고통을 겪었기에 사랑의 가치를 알 수 있었다.


"사랑은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구나."


엔젤은 자신을 사랑한다.

완벽하지 않은, 때로는 실수하는, 상처받고 상처주기도 하는

불완전한 자신의 존재를.


그 불완전함이야말로 자신을 더욱 인간적이고,

더욱 진실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준비가 되었다.

진짜 사랑을 하고, 진짜 사랑을 받을 준비가.


어둠 속에서 배운 모든 것들이

그를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주었다.


"이제 돌아가도 괜찮아.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아."




【정행(正行)의 마음】 자신의 사유와 철학을 실천으로 옮기는, 작지만 확실한 행동. 어둠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엔젤의 결단과 그 여정에서 보인 모든 선택들은 자신의 철학을 몸으로 실천하는 정행의 구현이었다.

【정력(正力)의 마음】 반복되는 슬픔 속에서도 나를 다시 일으키는 내면의 에너지. 절망의 바닥에서도 일어서고, 상처받아도 다시 사랑하려는 엔젤의 힘은 진정한 정력의 발현이었다.




“나는 어둠을 선택했다. 두려워서가 아닌, 사랑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 도휘 최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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