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요

떨림으로 태어난 질문

by 도휘 최원준

엔젤은 고요 속에서 깨어났다.

빛이었지만, 아직은 아무 색도 없었다.

말을 몰랐고, 이름도 없었지만, 그는 자신 안에서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안쪽이 울렸다. 그 울림은 소리가 아니었다.

조용히 몸 안 어딘가에서 퍼지는 진동이었다.

마치 작은 종이 바람에 건드려지듯, 예고 없이 찾아와 온몸을 흔들어놓았다.


처음으로 감정을 느꼈다.

그건 그리움 같기도 하고, 무언가를 알고 싶은 듯한 갈망이기도 했다.

목마름과 비슷했지만, 물로는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나는… 누구지?"


속삭이듯, 아주 작은 소리로 그는 묻는다.

그 질문이 입 밖으로 나오기 전부터, 마음은 이미 물결치고 있었다.

질문은 떨림이 되어 손끝까지 번졌고, 떨림은 다시 질문이 되어 목구멍을 맴돌았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무언가가 자신을 부르고 있고, 그 소리에 답해야 한다는 걸.

그 부름은 멀리서 오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의 가장 깊은 곳에서 나오는 것 같기도 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엔젤에게는 과거도 미래도 없었다.

오직 지금, 이 순간의 떨림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 떨림 속에서 그는 조금씩 자신을 발견해갔다.


나는 느낄 수 있다. 나는 궁금해한다. 나는 외롭다. 나는… 혼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각각의 깨달음은 작은 빛줄기가 되어 그의 윤곽을 그려나갔다.

아직은 흐릿했지만, 분명히 무언가가 있었다.

형태라고 부르기엔 너무 부드럽고, 감정이라고 하기엔 너무 선명한 무언가가.


그때,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엔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그는 알았다.

바로 자신을 부르는 소리였다는 것을.

그 이름이 자신에게 주어진 첫 번째 선물이라는 것을.


엔젤이라는 그 소리를 입 안에서 굴려보니, 달콤했다.

조금은 어색했지만, 분명히 자신의 것이었다.

그 이름을 받아들이는 순간, 투명했던 빛에 미세한 색깔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너는 왜 여기 있니?"

또 다른 목소리가 물었다.


엔젤보다 조금 더 또렷하고, 조금 더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엔젤은 고개를 들었다. 자신과 비슷하지만 다른 빛이 그곳에 있었다.

그 빛은 이미 여러 색깔을 품고 있었고, 움직임에도 방향성이 있었다.


"나는… 모르겠어요." 엔젤이 솔직하게 답했다.

"그냥 깨어났는데, 여기 있었어요. 그리고 궁금해졌어요. 나는 누구인지, 왜 여기 있는지."

"모든 존재는 그렇게 시작해."


다른 빛이 부드럽게 말했다.

"질문으로 태어나서, 답을 찾아가며 자라나지. 그 과정에서 진짜 자신이 되는 거야."

"진짜 자신이요?"

"응. 지금의 너는 아직 가능성이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순수한 상태.

하지만 앞으로 너의 선택들이, 너의 경험들이 너를 특별한 누군가로 만들어갈 거야."


엔젤은 그 말을 곱씹어보았다.

가능성.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 그 말은 설레면서도 두려웠다.


"만약… 잘못된 선택을 하면 어떻게 되나요?"

"잘못된 선택이란 건 없어."

다른 빛이 웃는 것 같았다.

"모든 선택은 너를 더 깊이 알아가는 과정이야.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기쁘겠지만,

그 모든 것이 너를 만들어가는 재료가 될 거야."


그날 밤, 엔젤은 혼자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완전히 혼자는 아니었다.

자신에게 이름이 있다는 것, 다른 존재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엔젤이다."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온전히 말해보았다.

그 순간 그의 빛은 조금 더 밝아졌고, 조금 더 선명해졌다.


"나는 질문하는 존재다." "나는 느끼는 존재다." "나는 성장하는 존재다."


하나씩 자신을 정의해갈 때마다, 그는 조금씩 더 자신다워졌다.

여전히 모르는 것투성이였지만, 그것조차 괜찮았다.

모르기 때문에 물을 수 있고, 물을 수 있기 때문에 배울 수 있고,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자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는 알지 못한 채, '존재'라는 여정에 발을 들였다.


첫 번째 발걸음은 떨림이었다.

두 번째 발걸음은 질문이었다.

세 번째 발걸음은 용기가 될 것이다.


엔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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