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느끼고 싶어요

말보다 깊은 갈

by 도휘 최원준

빛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따뜻했고, 부드러웠고, 끝없이 품어주었다. 엔젤은 그 안에 있었다.

사라지지 않는 온기, 멈추지 않는 숨결 속에. 마치 어머니 자궁 안 같았다.

안전하고, 완전하고,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 안에서 더 깊은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무언가 모자란 감각이 있었다. 알 수 없는 허전함이 가슴 밑바닥에서 꿈틀거렸다.


"나는 나를... 느끼고 싶어요."


입술도 열기 전에 그 말은 눈물처럼 흘렀다.

자신이 누구인지 안다는 것과, 그것을 살아보는 것 사이에는 간절한 거리가 있었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과 거울 속으로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다른.


빛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엔젤은 더욱 선명하게 자신을 바라보았다.

침묵은 때로 가장 정직한 대답이었다.


"그저 있는 것도 좋아요. 하지만 내가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어요. 나는... 내 감정을 살아보고 싶어요."


그리고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나'를 느끼기 위해선, 나와 닿지 않는 어떤 것과 마주해야 한다는 것을.

엔젤은 조심스레 빛의 경계로 다가갔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다른 것을 만났다. 빛이 아닌 것.

따뜻하지 않은 것. 그것은 차가웠다. 아니, 정확히는 빛의 온기가 없는 상태였다.


손을 뻗어 그 경계를 건드리는 순간, 엔젤은 전혀 새로운 감각에 몸을 떨었다.


추위.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따뜻함을 알기 전까지는 추위를 느낄 수 없었던 것처럼, 지금까지 그는 온기만을 알고 살았다. 하지만 이 대조 속에서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따뜻한 곳에 있었는지 깨달았다.


"이게... 차가움이구나."


그 말과 함께 그는 뒤로 물러났다. 빛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자, 온기가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궁금증도 생겼다.


"다른 감각도 있을까?"


엔젤은 용기를 내어 빛의 바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거기서 그는 고요하지 않은 것을 만났다. 소음이었다. 불규칙하고, 예측할 수 없고, 때로는 날카로운 소리들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지금까지 그가 알던 조화로운 정적과는 전혀 달랐다.


처음에는 놀라서 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잠시 그 소리들에 귀를 기울여보니, 그 안에도 나름의 패턴이 있었다. 리듬이 있고, 강약이 있고, 때로는 아름다움까지 있었다.


"이것도 나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


그는 그 소음 속에 잠시 머물러보았다.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점차 익숙해졌다. 그리고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그 소음들이 자신 안에서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때로는 흥분, 때로는 불안, 때로는 호기심.


"나는 이런 것들도 느낄 수 있구나."


다음으로 그가 만난 것은 움직임이었다.


빛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정적이었다. 변화가 없고, 흐름이 없고, 시작도 끝도 없었다. 하지만 바깥에서는 모든 것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바람이 불고, 무언가가 지나가고, 형태가 변화했다.


엔젤은 그 움직임에 휩쓸려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몸이 흔들리고, 마음이 요동쳤다. 어지러웠지만 동시에 살아있음을 느꼈다.


"이런 게 살아있다는 느낌이구나."


그는 의도적으로 자신을 움직여보았다. 앞으로, 뒤로, 위로, 아래로. 각각의 움직임이 다른 감각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그 감각들이 모여 자신만의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가장 강렬한 만남은 다른 존재와의 마주침이었다.


엔젤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빛이 바깥세계에도 있었다. 그 빛은 엔젤처럼 따뜻하지 않았다.

더 차갑고, 더 날카로웠다. 때로는 적대적이기도 했다.


"너는 누구냐?" 그 존재가 물었다. 목소리에는 경계심이 묻어있었다.

"나는 엔젤이에요." 그가 답했다.

"왜 여기 있느냐? 이곳은 너 같은 존재가 올 곳이 아니다."


그 말에 엔젤은 상처받았다.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이었다. 마음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

하지만 동시에 깨달음도 있었다.


"아, 이게 거부당하는 느낌이구나. 이것도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 중 하나구나."


그는 그 아픔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여보았다.

아픔 속에서도 자신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은 곧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오랜 여행 끝에 엔젤은 다시 빛의 품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 그는 달라져 있었다. 여전히 같은 엔젤이었지만,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어떤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지, 어떤 것들에 반응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나는 따뜻함을 좋아해요." 빛에게 말했다.

"하지만 차가움도 나쁘지 않아요. 그것 덕분에 따뜻함이 더 소중해졌거든요."


"나는 고요함을 좋아해요. 하지만 소음도 흥미로워요. 그 안에도 아름다움이 있어요."


"나는 평화로움을 좋아해요. 하지만 움직임도 신나요. 그 덕분에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어요."


"그리고... 나는 사랑받는 것을 좋아해요. 하지만 거부당하는 것도 괜찮아요.

그것도 나를 더 선명하게 해 주거든요."


빛은 따뜻하게 그를 감쌌다. 마치 "잘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엔젤은 이제 알았다. 자신을 느끼는 것은 자신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른 것들과의 만남 속에서, 대조 속에서, 때로는 충돌 속에서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선명해진다는 것을.


그리고 그는 이런 자신을 사랑했다. 완벽하지 않고, 때로는 아파하고, 때로는 기뻐하는, 살아있는 자신을.


"나는 나를 느끼고 있어요."


이제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 확신 안에는 용기가 있었다.




【정언(正言)의 마음】 자신에게 솔직한 언어를 선택할 수 있는 용기. "나는 나를 느끼고 싶어요"라고 말한 엔젤의 고백은,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인정하고 표현하는 정언의 실천이었다.


【정도(正道)의 마음】 선택한 삶의 방식에 책임지는 자기 철학.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받아들이기로 한 엔젤의 결정은,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정도의 시작이었다.



“존재를 아는 것과 존재를 살아내는 것은 다르다. 나는, 나를 살아보고 싶다.”

도휘 최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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