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구로

온전함을 안고 떠나는 길

by 도휘 최원준

엔젤은 빛의 품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모든 기억들이 그의 안에서 하나로 흘러들었다.

처음 깨어났을 때의 떨림, 자신을 찾아가던 설렘,

어둠 속에서 느꼈던 두려움과 용기, 그리고 상처들까지도.

모든 것이 마치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합쳐져 하나의 큰 흐름이 되었다.


"이제 알 것 같아요."

엔젤이 빛에게 말했다.

"뭘 알게 되었니?"

"제가 누구인지요. 정말로."


엔젤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더 깊고, 더 온화하고, 더... 완전했다.


"저는 질문이에요."

"질문?"


"네. 저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그 자체였어요.

그리고 이제 그 질문이 답을 찾았어요."

엔젤의 환희에 빛은 조용히 기다렸다.


"저는 '사랑'이라는 거예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이었어요."

빛이 부드럽게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니?"

"질문을 나누러 가려고 해요."


엔젤의 답이 의외였다.

"답이 아니라 질문을?"

"네."

엔젤이 미소 지었다.

"사람들은 이미 답을 가지고 있어요.

다만 질문을 잊어버렸을 뿐이에요."


엔젤은 일어서서 멀리 바라보았다.

저 멀리, 또 다른 차원이 그를 부르고 있었다.


"제가 존재하던 지구에 사는 많은 사람들도

저처럼 질문에서 시작했을 거예요.

'나는 누구지?' '왜 여기 있지?' '무엇을 위해 살지?'

그런 아름다운 질문들로."


"하지만 살다 보니 그 질문들을 잊어버렸을 거예요.

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빨리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엔젤의 목소리에는 깊은 이해가 담겨 있었다.

"저는 그들에게 다시 질문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어요.

'너는 누구니?'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니?' '정말로 원하는 게 뭐니?'라고."


빛이 놀라며 말했다.

"그런데 그들이 질문을 받아들일까? 답을 원하는 세상에서?"


엔젤은 잠시 생각했다.

"처음에는 어려울 거예요.

사람들은 질문보다 답을 선호하니까요.

확실한 것, 변하지 않는 것을 원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기다릴 거예요. 그리고 보여줄 거예요."

"뭘 보여주고 싶은 거니?"

"질문하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엔젤은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질문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저를 여기까지 데려왔어요."


"그 질문이 저를 빛에서 어둠으로,

어둠에서 다시 빛으로 이끌었어요.

그 질문이 없었다면 저는 성장할 수 없었을 거예요."


빛이 조용히 물었다.

"혹시... 힘들지 않을까?"


"힘들 거예요."

엔젤이 솔직하게 답했다.

"질문하는 삶은 편하지 않으니까요.

확신이 흔들리고, 안전함이 사라지고,

때로는 길을 잃은 것 같을 거예요.

하지만 그게 살아있다는 증거예요."


엔젤의 눈은 반짝였다.

"답을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성장은 멈춰요.

하지만 질문하는 한, 계속 자랄 수 있어요.

그리고 제가 배운 가장 중요한 건...

질문 자체가 이미 사랑이라는 거예요."

빛이 고개를 기울였다.


"누군가에게 '너는 어때?'라고 묻는 것,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어?'라고 묻는 것,

그 자체가 사랑이에요.

상대방을 진짜로 보고 싶다는 마음이니까요."


엔젤은 마지막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준비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짐을 싸거나, 능력을 기르거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조용히 앉아서 자신의 마음을 정리했다.


"나는 엔젤이다."

"나는 질문에서 태어났고, 질문과 함께 자랐다."

"나는 완벽하지 않다. 그리고 그것이 아름답다."

"나는 상처받을 수 있고, 실수할 수 있고, 길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고, 배울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질문할 수 있다."


이것이 그의 전부였다. 거창한 능력도,

특별한 지식도 아닌, 질문하는 마음 하나.


드디어 떠날 시간이 되었다.


엔젤은 빛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고마웠어요. 모든 것을."

"나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는데?"

"함께 있어주셨잖아요. 그게 가장 큰 사랑이었어요."


빛은 따뜻하게 웃었다.

"잘 가거라, 작은 질문아. 그리고 기억해라.

네가 어디에 있든, 네 안에는 언제나

새로운 질문이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엔젤은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일으켰다.

차원을 넘나드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엔젤은 존재와 존재 사이를, 의식과 의식 사이를,

꿈과 현실 사이를 지나갔다.

모든 경계가 흐려지고, 모든 구분이 사라졌다.

그 속에서 그는 무수한 목소리들을 들었다.


"나는 누구인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간절한 질문들이었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소리들이었다.

엔젤은 그 목소리들을 하나씩 가슴에 담았다.

그들과 함께 질문하기 위해서.


그 순간, 엔젤은 새로운 감각을 느꼈다.

무게가 생겼다. 온기가 생겼다.

숨을 쉬게 되었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는 물질의 세계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상해."

엔젤이 중얼거렸다.

다른 차원에 있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감각이었다.

제한이 있었고, 경계가 있었고, 피로함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것도 있었다.

촉감, 향기, 맛, 따뜻함...

이 세계만의 아름다운 선물들이었다.


"이것도 사랑이구나."


엔젤이 깨달았다.

제한된 세상 속에서 피어나는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이었다.


마침내 엔젤의 발이 지구 땅에 닿았다.

흙의 냄새가 났다.

풀의 향기가 났다.

어디선가 새소리도 들렸다.

바람이 피부를 스쳤다.

모든 것이 살아있었다.


"안녕?"

엔젤이 지구에게 말했다.


"나는 엔젤이야. 질문하러 왔어."

바람이 불어왔다. 마치 대답하는 것 같았다.


엔젤은 웃으며 걸어보았다.

두 다리로 걷는 것이 신기했다.

한 걸음, 두 걸음... 각각의 걸음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멀리서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한 아이였다.

엔젤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작은 아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엔젤은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녕? 나는 엔젤이야. 너는 누구니?"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대답했다.


"나는... 잘 모르겠어."

엔젤이 더 환하게 웃었다.


"그럼 함께 알아볼까?"

그렇게 엔젤의 진짜 모험이 시작되었다.




【질문하는 삶의 시작】

엔젤의 여정은 끝났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 열렸다. 그는 이제 답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온전히 질문을 나누는 존재가 되었다. 진정한 사랑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질문하는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모든 성장은 질문에서 시작되고, 모든 만남은 서로에 대한 궁금함에서 꽃핀다.



【도휘의 맺음말】


엔젤의 이야기를 마치며, 나는 이 모든 여정이 결국 우리 각자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는 모두 엔젤처럼 질문으로 태어났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물음을 가슴에 품고 이 세상에 왔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그 질문을 잊는다. 답을 재촉당하고, 빨리 어른이 되라고 강요받으면서.

그러나 진정한 성숙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질문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엔젤이 어둠을 선택한 것처럼, 우리도 때로는 불편한 질문을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 상처받을 각오로 진실을 물어볼 용기가.


이 책을 읽는 모든 이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습니까?"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누구입니까?"


이 질문들이 불편하다면, 그것이 바로 시작이다.

불편함은 성장의 신호이고, 질문은 사랑의 언어다.

엔젤의 여정이 끝났지만, 당신의 여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질문하라. 그리고 함께 존재함으로써 사랑하자.


"답을 아는 사람이 되려 하지 마라. 질문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

질문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 도휘 최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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