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스 입성 전 카스타나레스

같이 길을 걷는 순례자끼리 배려

by 산달림


이 알베르게는 2009년 새로 문을 연 호스텔로 고급 호텔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카미노를 몇 번 걸었던 주인은 이 호스텔을 만들어 "되돌려 준다."는 마음을 실천했다고 한다.


오늘은 걸어야 할 거리가 길어 새벽에 어둠 속에 비야프랑카 알베르게 속소를 나서기 전 주방에서 전자레인지와 폿트가 있어 믹스 커피 한잔을 할 수 있었다. 또래의 나이가 비슷한 에스파뇰 순례자도 우유와 빵에 하몽을 넣어이른 아침식사를 하다가 우유가 남으니 마셔보라고 건너 준다.


스페인은 낙농국가답게 우유 가격은 많이 저렴하다. 그래서 우리는 물 대신으로 우유를 많이 마셨는데 거부감이 없이 잘 마셨다. 어떤 때는 그 우유가 발효를 하여 요구르트가 되어 버릴까 하다가 마셨는데 배탈이 나지 않아자주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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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비 내리는 San Anton 알베르게를 나섰다.(좌) 오카(Oca) 어둠속에 Oca산으로 오르는 산길(우)


어둠 속에 출발할 때는 비가 내려 우의를 입고 숙소를 나섰다. 다행히 이내 비가 그쳐 우의를 벗고 나니 훨씬 빠르게 걸을 수 있다. 오랜만에 평지의 들판을 지나 산을 오른다. 어둠 속이라도 둘이 산을 넘으니 훨씬 마음이 든든하다.


옛날 순례자들에게 오카 산은 어두운 숲 속에서 숨어 있는 도적떼와 산짐승 때문에 두려운 곳이 었다고 한다. 오카는 스페인어로 야생 기러기란 뜻으로 기러기산으로 불린다고 오해를 하기 쉬우나 실상은 초기 정착촌이었던 아우카(Auca)에 비롯된 명칭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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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스페인 내전에 희생된 영령을 위로하는 기념비(좌) 롤러 코스트 같은 황토 순례길(우)


지금도 늦은 시간이나 이른 시간에 여자 혼자 걷는 것은 삼가야 할 구간이다. 이 숲 속 구간이 자그마치 12.6km나 되는 긴 숲길로 인가가 없기 때문이다. 순례길을 중앙에 두고 왼쪽은 소나무 숲이 있고 오른쪽은 떡갈나무 숲이 있는 것도 이채로운 현상이다.


숲길을 걸을 때는 잠시 순례자 보다 등산을 온 기분마저 든다. 내리막길을 부지런히 걸어 오르데카 마을에 도착을 했다. 이 마을에서 잠시 쉬며 준비해온 빵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배낭을 들추어 메고 출발했다. 베나강(rio Vena)을 가로지르고 고고학 공원 유적지를 지나 언덕을 오르니 나무십자가가 있다. 자전거를 타는 자전거 순례객은 끌바를 하고 힘겹게 나무십자가 언덕을 오르고 있다. 특히 많은 순례자 중에는 브라질에서 온 젊은이가 많다.


오르테가의 산티아고 남은 거리 518km


나무십자가 언덕에서 내려다보니 순례길은 두 갈래 길로 나누어져 있다. 카르데뉴엘리라 마을을 경유하는 길로 들어섰는데 마을 입구에 있는 성당이 무너진 채로 방치되어 있다. 이곳도 농촌은 젊은이들이 떠나고 빈집이 많은 시골로 늙은이만 고향을 지키고 있다. 우리 농촌이나 스페인 농촌이나 농촌의 인구 감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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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프에르카 마을을 지나 동산에 세원진 나무 십자가(좌) 마을로 내려가는 길(우)


두 갈래길은 어느 길을 선택하던 다시 만나는 길이었다. 카스타나레스 마을에는 알베르게가 두 개 있다. 부산에서 오신 모녀팀은 오늘 부르고스까지 간다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간밤에 묵은 알베르게가 만실이고 침대가 1개만 남아 사정사정해서 양해를 구하고 1개 침대에 모녀가 함께 잤고 하면서 힘든 밤이 었다고 한다.


알베르게가 뜸한 지역은 숙소 구하는 것이 순례자에게는 어려운 일중 하나다. 가능하면 일찍 출발해 오후 2시 전에는 알베르게를 구하는 게 좋다. 한국과 같이 늦게까지 걷다가는 숙소를 구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지만 30여 일 걷는 장거리 도보에는 그날 피로는 그날 풀어야 온전히 한 달도 동안 걸을 수 있다. 빨리 가는 토끼보다 쉬지 않고 걷는 거북이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 밤기온이 많이 내려가는데 노숙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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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델뉴엘라에 있는 Via Minera 알베르게 안내 버스(좌) 순례자 벽화(우)


시간상으로는 부르고스까지 갈 수 있는 시간이지만 오늘 새벽에 출발하였고 오늘 걸은 거리가 25.5Km를 걸었고 다음 알베르게가 있는 부르고스까지는 14.5km가 되기에 이쯤에서 쉬기로 했다. 순례길에서 대도시는 번잡함이 느껴졌다


어느 알베르게를 갈까 하다가 물어보니 언덕 위에 있는 최근에 문을 연 알베르게가 좋겠다고 하여 성당 옆에 있는 알베르게에 들었다. 주방이 없어 점심으로 먹을 만한 게 있느냐고 하니 또르띠야를 추천해 주어 주문해서 먹으니 속이 든든하다. 또르띠야는 빵에 안에 하몽, 치즈, 야채, 과일이 들어 있어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하다.


시간도 여유가 있어 밀린 빨래를 하여 널어놓았는데 요즘 늘 오후만 되면 한줄기 비를 뿌린다. 급히 처마 밑에 있는 빨랫줄에 빨래를 옮겨 널고 wi-fi가 빵빵 터져 가족과 지인에게 소식을 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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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바닥에 그려진 카미노 안내 글씨(좌) 카스타나레스 마을의 성당(우)

조금 있으니 한국인 대학생 한분이 들어온다. 처음엔 친구와 둘이서 카미노 길을 걷다가 헤어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대성당에서 만나기로 했단다. 둘이 장기간 여행을 하다 보면 서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서로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배려가 필요하다. 마음의 상처는 모르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 게 아니라 친한 사람에게 받기에 마음의 상처가 더 크다는 걸 명심하자. 친할수록 지킬 건 깍듯이 지키는 메너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둘이서 하는 장기 순례자의 팁으로는

첫째 '그르려니' 주문을 외자. 서로의 의사를 존중해 준다. 그르려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라는 넉넉한 마음을 가져 보자.

둘째 가끔 하루쯤은 각자 다른 일정으로 움직여 보자. 혼자만이 느낄 수 있는 고유한 시간을 만끽함과 동시에 상대방의 빈자리도 느껴보자. 각자 보고 느낀 것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의외로 즐겁다.

셋째 다른 순례자들과 함께 다녀 보자. 그래도 구관이 명관임을 느껴 볼 필요가 있다.

냇째 서로 "보호자"란 책임의식을 가져라. 그냥 일정에 따라 걷는 게 아닌 서로 걱정해 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만약 함께 걷는 친구가 몸이 불편하거나 사고를 당했다 생각해 보자. 그냥 아무 일 없이 걸어 주는 게 고맙다.

다섯째 친구를 위한 작은 이벤트를 준비해 보자. 가령 편지 쓰기를 하던지 작은 선물을 마련해 주면 친근감이 더 느껴진다.

여섯째 너, 이런 사람이었어? 서로에 대해 객관적인 시간을 만들어 보자. 서로 서운한 점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다. 그때는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면 좀 더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마지막으로 이 시간도 영원한 것이 아닌 길어야 한 달이다. 지나고 나면 이보다 아름다운 추억이 있을까? 서로 반발짝만 배려해 준다면 무사히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함께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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