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100km 남짓 사리아

사모스 수도원 길

by 산달림


알베르게에서 6시부터 아침식사를 제공하기에 먹고 걸어야 한다. 주변은 가게도 없고 다음 마을까지는 9km로 길이 멀다. 이제 순례길에서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베여 5시 20분에 일어났다. 화장실 다녀온 동행인은 다시 잔다.


카미노 길 전체를 책임지고 있는 나와 따라만 오는 이와는 생각이 많이 다르다. 한 사람은 능동적이어야 하고 한 사람은 수동적이 된다. 그냥 따라만 다니니 맘은 편하단다. 하지만 누군가는 좀 더 생각을 해야 하고 머리를 굴려야 한다.


DSC_0223.JPG
DSC_0238.JPG
'아 레블레이라' 알베르게를 나서면 하루를 시직히는 해가 뜬다. 순례길의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식사는 커피와 빵으로 3유로. 배낭에 먹을 것이 없기에 먹고 출발해야 한다. 간단한 아침식사 후 밖을 나오니 어둠이 걷히고 밝아 오는데 서쪽하늘에는 달이 걸려 있다. 어디서든 달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문득 집 생각이 난다. 알프스 풍의 목가적 풍경이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상큼한 풀냄새를 느끼며 마을을 지나는데 축사에서 풍기는 냄새는 좋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 또한 순례자가 반갑지 만은 않겠지. 매일매일 이방인들이 지나가니 느낌이 없는 듯하다.


DSC_0224.JPG
DSC_0228.JPG
목가적인 풍경의 갈리시아 지방


9km를 걸어 트리아 카스텔라에서 점심 먹거리를 사고 두 길의 갈림길에 섰다. 산실 길과 사모스 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사모스 길은 6.5km를 더 걷지만 아름다운 오라바오 강을 따라 걸을 수 있고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사모스 베네딕토 수도원을 볼 수 있는 길이다.


DSC_0243.JPG
DSC_0249.JPG
트리아카스텔라 마을로 내려 가는 산골길
트리아 카스텔라 마을


네덜란드 젊은 친구는 사모스 길, 노친네들은 오른쪽 산실 길을 선택한다. 한적한 사모스 수도원을 경유하는 길을 선택했다. 잠시 차도와 함께 하다가 오리바오 강을 따라 계곡과 같이 길이 이어지는데 전형적인 스페인 시골마을들을 지나가는 길이다. 순례자가 뜸하고 마을도 띄엄띄엄 있는 길은 숲이 깊어 여성 혼자 걷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길인 것 같다. 숲 속의 시원함을 즐기면서 소풍 나온 나들이길을 걷는 마음으로 가볍게 걸을 수 있어 좋다.

DSC_0258.JPG
DSC_0264.JPG
사모스 길로 가는 오라바오 강을 건너서 만나는 풍경들


9시가 넘어 출출해서 돌담집 뒤에 자리를 잡고 사과, 토마토, 비스킷을 먹었다. 비스킷이 이런 훌륭한 식사 대용이 되는 줄 이번 순례길에서 느꼈다. 밥을 먹어야 한 끼 식사가 아니라 뭐든 먹고 배가 부르면 한 끼 식사가 된다. 나무가 울창한 숲길과 계곡을 따라 걷는 길로 이 길이 좋은 것은 호젓하고 아늑하며 인적이 뜸해 생각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DSC_0263.JPG
DSC_0259.JPG
한적해서 순례길을 음미하며 걸을 수 있는 사모스 길


멕시코에서 왔다는 부부 순례자를 만났는데 역시 명랑하고 활달함은 멕시칸이 최고다. 민족성이 그런 것 같다. 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국적의 소유자는 나라별 특색이 있었다.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의 피가 흐르는가.


이 길의 중간쯤에 있는 사모스 베네딕토 수도원에 11시경 도착하여 수도원에 들어가기 전에 목을 축이고 입장권을 끊었다. 매 30분 혹은 1시간 간격으로 수도원 가이드 투어가 있다. 개별 입장은 안 되고 단체 입장만 허용한다. 입장료가 3유로고 수도자가 직접 안내를 하면서 설명도 하며 사진 촬영도 할 수 있다. 11시 30분에 입장을 하였다.


DSC_0266.JPG
DSC_0265.JPG
사모스 베네딕토 수도원 전경


기념품점이 먼저 열리는데 기념품마다 'Samos' 글씨가 새겨져 있다. 수도원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 쌓여 외부와의 완전 단절된 공간으로 오직 수도에만 열중하게 되어 있었다. 사각형 회랑을 따라 1~3층까지 안내를 해 주는데 2층에는 성화 벽화가 있었고 미사를 보는 큰 공간도 있다.


DSC_0277.JPG
DSC_0290.JPG
자원봉자자에 대한 감사표시(좌) 화려하고 정교하게 조각한 수도원 분수대(우)


스페인어로 안내를 해 주셨지만 듣기는 포기하고 보기에만 열중하였다. 중세 서유럽 문화의 기반되고 있는 가톨릭 교회에서 중요한 베네딕토 성인에 대한 역사 이야기가 모두 벽화로 그려져 있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묵직함이 느껴지는 문을 열고 들어 서면 기도실이 있다. 실내 분위기에 묵직함이 느껴진다. 더 묵직함이 느껴지는 문을 다시 열고 들어 가면 미사를 보는 성당이 있다.


DSC_0298.JPG
DSC_0299.JPG
수도원 2층 회랑에 전시된 성화들
성 야고보 성인 순례길의 모습
DSC_0309.JPG
DSC_0312.JPG
DSC_0304.JPG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 서면 미사를 보는 성당


40여분 수도원을 둘러보고 나오니 그제야 독일인 대머리 아저씨와 아가씨 일행이 다음 시간 관람을 위하여 줄을 서고 있다. 여기서 11km를 더 걸어야 오늘의 목적지인 사리아까지 갈 수 있다. 이곳에도 알베르게가 있어 자고 갈까 하다가 더 걷기로 했다. 근 3시간 거리인데 마음이 바빠진다. 그래도 사모스 길은 땡볕 길이 아니고 그늘 길을 걸을 수 있어 다행이다. 오늘은 더위와 싸우는 하루다.


밖에서 바라본 사모스 수도원


동행인이 피곤한지 자꾸만 걸음이 늦어지니 보이지 않으면 기다려야 하고 자꾸만 뒤를 돌아봐야 하는 인적이 없는 한적한 길이다. 이 오솔길은 아무것도 더하거나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 길이 인간의 손길을 피해 태고적 자연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자꾸 뒤를 돌아봐야 하니 생각이 뒤에 가 있어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순례길은 혼자서 걸어야 한다고 했나 보다. 생각을 집중해 보는 느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혼자 있으면 외롭고 둘이 있으면 외롭지 않아 좋은데 상대를 배려하여야 한다. 외롭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DSC_0325.JPG
DSC_0329.JPG
DSC_0330.JPG
DSC_0331.JPG
사리아로 가는 길


부지런히 걸어 사리아를 4.5km를 앞두고 어느 알베르게를 지나는데 어제 함께 했던 독일인 친구가 뛰어나오더니 '굳!'을 외친다. 그는 아는 영어가 그것뿐이다. 그는 더워서 더 이상 걷지 못하고 여기서 쉰다고 했다. 다시 만나기로 하고 다시 땡볕 속으로 몸을 맡기고 사리아로 향했다. 스페인의 오후 날씨는 대단하다.


DSC_0335.JPG
DSC_0336.JPG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100km 전의 도시 사리아


사리아는 인구 1만 3천의 꽤 큰 도시로 사리아를 출발지점으로 삼는 순례자도 많다. 그것은 순례자 증명서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거리인 100km를 걸어야 하는데 그 시작점이 사리아다. 그래서 사리아는 늘 순례자로 붐비는 도시이다.


순례자가 많은 탓에 알베르게도 많은데 대부분 사리아 강(Rio Sarria)을 지나 밀집해 있다. 어디를 갈까 망설이는데 한국인 여자분 2명을 만났다. 그분들이 자기가 묵고 있는 알베르게가 좋다고 추천을 해 준다. 'Don Alvaro 알바로 알베르게.'


그분들은 평화방송의 작가로 딸을 데리고 왔고 일행으로 만화가 한분과 카미노 길 취재차 오셨는데 전구간을 걷지 않고 초입과 중간 등 걷고 싶은 길만 걷는다고 하였다.

인터뷰를 약속하면 저녁을 지어 주겠다고 하여 함께 저녁식사를 하였는데 오랜만에 계란 프라이에 생선구이로 푸짐한 식사를 하였다. 알베르게와 카미노 길을 걷는 이유, 걸으면 좋은 이유, 순례길에서 느낌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낮에는 그리 더워도 밤이면 모닥불이 그리운 갈리시아 지방


오랜만에 작가분 딸과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잘도 논다. 오늘 걸을 거리가 만만하지 않았는지 피곤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오늘 산 와인(Vino) 어디에 있느냐고 깨운다. 잠 좀 자자! 술은 혼자 먹어 되지. 피곤하면 마음이 날카로워진다.


내가 보지 못했고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틀렸다 하고 뻥치지 말라고 했던 순간이 떠 올라서 쑥스러움에 헛웃음이 난다.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을 알아 채지 못하고 내 말이 맞다고 우길 때가 많았다. 그런 생각에 괜시리 민망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