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우리네 인생에도 삶의 이정표인 노란 화살표가 있었음 좋겠다.

by 산달림


El Camino de Santiago. 그 길을 걷기에는 최소 한 달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길을 일생에 한 번은 걸어 보리라 생각하고 나의 버킷 리스트의 첫 번째로 적어 두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가기에는 가장이란 두 어깨는 무거웠다. 군대를 다녀오고 하루도 쉬지 않고 38년간 직장생활을 끝내고 정년퇴직을 했다.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이 산티아고 순례길이었다.


그 길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나를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갖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해 보고 싶었다. 그 길에서 지구촌에서 온 많은 이를 만났다. 그중 하나같이 묻는 질문이 "왜 이 길을 걸으십니까? " 였다. 그 길에서 만난 어느 고등학교 교감선생님으로 계시다 퇴직하신 분은 아예 그 이유를 영어로 스페인어로 작성하여 인쇄해 오셨다.


순례 전날 순례자 수첩을 받기 위해 순례자 사무실을 찾았을 때 걷는 이유를 묻는 질문이 있었다. 첫째, 종교적 이유, 둘째 영적인 이유, 셋째 문화적 이유, 넷째 스포츠, 다섯째 기타였다. 나는 두 번째 영적인 이유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시작이 끝인 땅끝마을 피니스테라 0km


산티아고 길을 걷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종교적 이유 외에 일상에 지친 생각을 지우기 위해 걷는 분도 있고, 자연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어 걷는 분도 있다. 걷다 보면 뭔가 얻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걷는 분도 있고 순례길의 힘듬을 버티고 견뎌서 힘들 때마다 여기를 생각하며 살기 위해 온 분도 있었다.


800km를 걷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첫날 만나게 되는 피레네 산에서 엄동설한의 한 겨울 같은 눈보라와 추위를 만날 수도 있고 메세타의 그늘 한점 없는 폭염을 만날 수도 있다. 며칠간 비를 맞으며 걸을 수 도 있다. 우리네 삶도 늘 맑음은 아니지 않은가. 비 오는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듯 태풍이 부는 날도 있다. 한 겨울에는 혹한의 추위가 있듯 현대인의 하루하루 생활도 그런 날씨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산티아고 길을 걷는 건 자신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비가 온다는 것은 언젠가 맑은 날이 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맑은 날에는 언제가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의 행복이 마냥 지속되지 않고 지금의 슬프고 괴로운 일도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지금에 너무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라 조금 더 앞을 내다보면 담담히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는 가리비 조개와 노란 화살표를 따라 걷는다. 각자 길을 걷는 목적과 속도는 제각기 달라도 최종 도착지는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이다. 우리의 인생에도 가리비 조개와 노란 화살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늘 망설이며 고민을 했다. 그런 인생의 이정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우리네 인생에도 삶의 이정표인 노란 화살표가 있었음 좋겠다.


그 답을 산티아고 길을 걷고 나서 알았다. 그 길을 걸으며 생각하면 어렴풋이 그 해답이 느껴지고 보인다. 산티아고 길은 마법이 있다고 한다. 어떻게 산티아고 길을 걷게 되었어? "카미노가 날 불렀어" 당신에게도 그런 기적이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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