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경원 Apr 15. 2024

뒤틀린 정의감

죄와 벌

우울한 어느 도시에서 가난한 생활 중인 청년 '로자'가 있다. 월세가 밀릴 만큼 돈이 궁했던 로쟈는 여동생이 준 반지를 전당포에 내놓는다. 전당포의 주인 노파는 로자가 생각했던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부르지만 돈이 급했던 로자는 어쩔 수 없이 팔게 된다. 노파에 대한 혐오감에 쌓이며, 폭력적인 생각에 휩싸인다. 그러다 자신이 얼마나 나쁜 마음을 먹었는지 깨닫고 진정한다.


  ‘이런 무서운 생각이 어떻게 내 머리에 떠올랐을까?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떠오르게 한 내 심장은 또 얼마나 더러우냐 말이다! 무엇보다 더럽고 비열하다, 추악하다, 추악해···'


 로자는 어느 술집에서 두 청년이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된다, 전당포 노파에 대한 이야기였다. '전당포 주인 할머니는 욕심이 너무 많아... 가난한 사람 등골 빼먹기로 유명해... 심지어 자기 이복 여동생을 착취하고 있어... 없어야 될 사람이야... 차라리 노파를 죽이고 오파의 돈으로 많은 사람을 도우는 게 좋다.' 이미 노파에 대한 혐오감이 있었던 로자는 청년들의 얘기를 듣고 결심한다. 로자는 사람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생각했다.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 자기를 비범한 사람으로 여기고, 세상을 위해 가난한 사람을 좀먹는 저 노파를 죽이겠다고!


로자는 자기 옷에, 품속에 도끼를 숨겨 노파를 찾아간다. 미리 만든 보자기에 꽁꽁 싸맨 은담뱃갑을 맡기고, 꽁꽁 싸맨 끈을 푸는 동안 마침내 로자는 실행했다. 도끼로 노파의 머리를 찍었다. 공포심에 휩싸였지만, 마음을 다독였다. 자기는 옳은 일을 했다고! 그때 노파의 여동생이 이 광경을 지켜본 노파의 여동생을 발견한다. 당황한 로자는 노파의 여동생에게도 도끼를 휘두르게 되었다. 로자는 무사히 전당포를 빠져나온다.


 로자는 가난한 마을에 돈 없이 살아가는 처지다. 예전에 하던 과외라도 해서 돈을 버는 건 어떻냐라는 주위의 말에도 내키지 않는다. 그 일은 로자에게 하기 싫은 일이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자기가 하기에는 평범해 보였지 않았을까. 그러던 중 비범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가난한 사람을 착취하는 노파를 처단하는 일이다. 자신이 비범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살인이었고, 살인에 대한 정당화를 오로지 자기 이득을 위해 타인을 착취한 행동이 악하다는 것에 있다. 로자는 이 사실 하나로 계속해서 자신을 합리화한다. 아니 오히려 신성시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로자는 법이 살인을 금지하는 까닭에 법 해석도 새롭게 해야 했다. 해석은 자기를 합리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그가 쓴 논문은 다음과 같다.

모든 사람은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고 했거든. 평범한 사람은 늘 복종해야 하니까 법률을 범할 권리가 없지만 비범한 사람은 특히 비범하기 때문에 어떤 범죄를 저지를 권리가 있고 어떠한 법도 그에게 적용하지 못한다


 로자의 사고 회로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자기는 악한 사람을 처단했으니 오히려 모두에게 좋은 일을 한 것이며, 자기는 비범한 사람이니 법이 나를 심판하는 일은 잘 못된 일이다. 지금 살인으로 처벌받는 것은 내가 잘못하여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법이 잘못 판단하고 있어서다. 나는 비범한 사람이니까. 어쩔 수 없이 법의 처벌은 받지만, 나는 부끄럼 없는 일을 했다.


 단지 뭔가 하는 것만으로 특별한 기분이 드는 일이 있다. 누구나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던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일이다. 예를 들면, 환경운동에 진심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일이다. 분명 환경운동은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다. 다만 자기 할 일은 외면하기 위해 커다란 문제에 눈을 돌리는 것이라면 환경운동의 본질은 필연적으로 흐려진다. 정의감으로 특별함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작게는 빈번하게, 크게는 충격적으로 일어난다.


 자존감이 크게 떨어질때 대단해 보이는 일을 하며 자기를 위로할 때가 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럴때 소설 <죄와 벌>을 읽으며 그런 나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고, 오히려 로자의 행동에 감명받아 더욱 큰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 책은 언제나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이전 11화 나는 바람피우지 않는 사람일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