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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Sep 21. 2022


6,70년대 사하촌 아이들은 돌을 가지고 공기놀이를 했다.


돌계단 열두 개를 딛고 올라 언덕 위우리 집이 있었다. 바깥마당에는 항상 자잘한 돌무더기가 머물러 있었다. 뒤가 산으로 둘러싸인 50여 채의 초가지붕과 기와집품은 마을은 아담했다. 병풍같은 산은 마을과 어른과 아이들을 푸르게 감싸안아 주었다. 동이 트는 동쪽을 보고 노을이 지는 서산을 향한 우리 집 바깥마당햇살이 유독 듯했다. 마을 아이들은 거기서 공기, 땅뺏기, 옥자, 자치기 놀이를 했다.



놀잇감은 늘 자연에서 얻었다. 공기놀이를 하려면 잔 돌이 여럿 필요했다. 다섯 아이들이 모여 공기를 하려면 꼬막손에 알맞은 돌을 꼬막손으로 주워 모아야 했다. 종숙이 귀숙이 경숙이 순옥이, 나는 언덕 진 골목길을 헤집으며 하나, 둘, 셋... 돌을 헤아리며 각자의 원피스 치마나 바지 주머니에다 돌멩이를 주워 넣었다. 맹이도 사람인지라 자기의 꽃 팬티가 보일까 봐 조신하게 조심했다.

두 손으로 치마 고이 싸서 주운 돌을 마당 한 켠에다 차르 쏟아놓으면 제법 그럴싸한 돌무덤이 고 우린 돌 봉우리를 중심으로 그랗게 둘러앉는다. 그리고 그 돌 하나씩, 둘씩, 따 먹기 시작다.



빙 둘러앉은 한 복판에 봉우리로 있던 돌무더기시나브로 우리 곁으로 하나, 둘씩 옮겨질 동안 해는 서녘으로 옮겨가 붉은 노을이 되어있고 아이들 은 흙과 땀으로 까맣게 꼬질꼬질 해산하는 시간이 다.



마당뿐 아니라 우리 학교 운동장에서도 공기놀이를 밥먹듯이 즐겨 취했다. 우리 때문에 골목길 운동장의 잔 돌이 귀했다. 쥐가 물어가는지 우리가 돌을 먹지도 못하는데 돌의 숫자는 줄어들어서 꽤 자주 우린, 돌을 는 부역을 해야 했다.



아이들의 고사리 손은 점점 커져 손다운 손으로 변해가돌은 점점 닳으니 우리 손에 안 맞 돌이 쓸모없게 되어갔다. 건 루틴이었다. 두어 달에 한 번은 돌을 모조리 길에다 되돌려놓고 좀 더 큰 돌로 리셋까지 해야 했다. 우리의 부역은 꽤나 체계적으로 이행되었다. 그래야 공기놀이 차질 없이 잘 굴러갔다.




여기 몬레 포 해변에도 공깃돌이 무수히 많다. 햇빛이 달구어 둔 공깃돌 위에 앉아서 그 시절을 떠올리며 혼자
공기놀이를 해 본다.



돌은 우리가 마당에서 갖고 놀던 그 돌이 아닌가. 돌과 내 손 서로의 리듬을 놓친다. 자꾸만 박자가 틀어진다. 어린 시절의 그때만큼 빠릿빠릿하지 못하고 굼뜨다. 돌과 손이 따로 논다.



보아하니 이 돌무더기도 해수에 쓸려 먼 이곳으로 오게 된 것 같다. 파도에 쓸려 닳고 닳았다. 돌을 쉬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참에 나도 따끈한 자갈 위에 잠시 누웠다 가야겠다.

돌과 나의 연령이 비슷한가. 이제 쉴 나이가 되었나. 이번엔 리듬이 서로 잘 맞다. 편안하고 따스하고 시원하다. 사람이나 돌이나 다 때가 있나 보다. 노는 나이, 일하는 나이, 쉬는 나이, 그리고 사람은 레테의 강을 건너는 나이.



그러고 보니 돌은 천만년을 사는구나.

그러니  태, 이리 단단하고 묵직하게 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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