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가슴에는 바다가 있다 •2
얼마만인가.
1년도 더 지났다.
그래서 오늘은 큰맘 먹고 혼자 왔다.
영락없이 줄이 풀린 개들이 보인다.
이 개는 내가 다른 풍경을 찍는 사이, 내 발끝으로 다가와 내 눈치를 보며 서성거리다가 주인한테로 불려서 다시 돌아갔다. 살짝 두렵긴 했다. 이곳도 아주 가끔, 사고가
있기 때문이다.
엄마와 남매도 개들을 데리고 록풀 Rock Pools 쪽으로 걸어간다. 수영할 채비를 한 걸 보니, 반려견들과 함께 수영을
하려나.
개와 줄을 연결하고 온 이 아주머니는 이곳으로 자주 산책을 나오는 듯, 앞장선 개도 그녀도, 함께 걷는 품새에서 서로의 발자국을 딛는 리듬이 착착착 잘 맞는다. 왠지 보는 것만으로도 경쾌하다.
이 젊은이와 검둥이도 서로의 사인을 빠르게 인지하고 있다. 개와 사람이 하나가 되어 운동을 즐기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푹 빠져있다가 얼른, 폰을 꺼내어 동영상을 찍었다. 브런치 작가니까. 직업병인가.
엘리엇 해드 비치, 누군가는 두려워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가족처럼 지내는 개만 있는 바다가 아니다. 바다에는 귀여운 아가들이랑 다정한 친구랑 온 깜찍한 엄마들도 포착된다. 저 젊은 엄마들 중 한 엄마의 배는 볼록하다. 한 3개월 후가 되면 또 다른 아기가 응애, 하며 파도소리처럼, 제 엄마의 양수 밖으로 툭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씩씩하고 명랑한 엄마를 닮은 아기일 것 같다.
그러면 좋겠다.
썰물이 푸른 바다의 옷을 벗기고,
해맑은 옷을 입혀놓았다.
물이 빠져서 절반은 푸른 바다에 잠겨있던 커다란 바위도 바다에서 나와 햇살을 쬐고 있었다.
난 맨발로 록풀로 향하는 길을 걷다 말고, 바위에 오래 앉아서 멍 때리며 바다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또 걸었다. 저만치에 록풀이 있으니 그곳에 가면 파랑, 노랑, 오렌지 색깔을 한 이쁜 바닷고기들이 꼬리를 흔들며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넘치는 기대감으로 또 찰방찰방 바닷길을, 개울을 건너던 소녀시절처럼 걸어가기 시작했다.
록풀에 왔는데 록풀이 없다.
그래도 남아 있는 물이 씻은 듯 더 맑다.
돌아오는 길에도 이 바다의 얼굴을
또 찍었다.
선탠을 하던 수영복 소녀가 자리를 털고
돌아갈 채비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찰칵,찰칵,
그녀의 동선을 따라 담아보았다.
밀물과 썰물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엘리엇 해드 비치는 다소 여성적이다.
그러니 겸손한 맑음으로, 다양한 얼굴로 나를 한결같이 반겨주던 이 바다는
나의 은인이기도 하다.
이곳엔 유일한 커피와 피쉬앤칩스를 같이 파는 숍이 있다. 언덕 위에 위치한 이곳은 친절하고, 바다를 바라보는 경관이 아름답다. 그리고 커피와 음식도 맛있는
장소이다. 오늘은 그냥 지나쳐왔다. 밤에 혹시라도 만나게 될 캥거루를 피하기 위하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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