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나네 Dec 06. 2022

어머니의 자궁 속처럼 안온한 몬레 포 Mon Repos

- 나의 가슴에는 바다가 있다 •1


한 원로목사는 자녀에게 푸르고 드넓은 바다를 보여주기 위하여 한 시간을 달려 서해바다에 간다고 했다.



그러고 보한때 난, 혼자 바다에 자주 갔었다. 전히 위로를 받기 위해 바다로 나갔다. 낭만은 고사하고 살기 위해 바다로 향했다. 혼자 있으면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사람이 있어 파도가 넘실대는 푸른 바다를 찾았다.



몬레 포 Mon Repos 비치를 비롯하여 바가라 비치, 엘리엇 헤드 비치, 버넷 헤드 비치, 번다버그 포트, 이너스 파크, 코렐 코브 비치 같은 바다가 가까이 있어서 나를 살렸다. 보고 싶은 사람이 그래도 조금씩 파도소리에 쓸려 내 가슴 밖으로 사라지곤 했다. 



집에서 가장 근거리의 바가라 비치는 10분 안에 닿을 수 있고, 엘리엇 헤드 비치는 20분 거리니, 모든 바다가 나의 이웃이라면 이웃이다.

안면도와 제부도의 풍경이 다르듯, 여기 해변의 얼굴 각기 다른 분위기로 나를 받아주었다.



해안선이 커다란 반원 하나로 둥글게 바다를 감싸는 몬레 포 비치는 어머니의 자궁 안처럼 안온했다. 맣고 맨질맨질하게 닳은, 군데군데 군락을 이룬 바위들은 멀리서 보면 마치 물개 떼들 같았다. 하지만 묵직한 바위들이었다.



 물개 떼보다 묵언 수행하듯 모여있는 바위들이 더 믿음직스러웠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수천 년의 해풍을 마주하며 살아온 바위들은 자신이 이룬 매끄러운 곡선의 결로 나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줄 것만 같았다.



바위 곁엔 파도가 데려온 자갈밭들이 태양에 바짝 달아서 적절한 온도로 있었다. 끈한 맥반석이 되어있었다.  그리움에 지친 마음을 툭 털어놓고 그 위에 몸을 편안히 누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궁 속 아처럼 나 혼자 몬레 포에 안기듯 따끈한 자갈밭에 몸을 바짝 옹그리고 앉아 있을 때도 있었다.

 


하얀 배가 수평선 쪽으로 아스라이 떠갈 때 난 크게 소리를 질러 보고 싶은 사람 이름을 불렀다. 산모가 진통으로 악을 쓰듯 소리를 질러댔다. 목청이 터지도록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때마다 태평양 큰 파도는 나의 울부짖음을 제 안으로 철썩철썩 대며 감쪽같이 가져갔다. 목청껏 맘껏 소리쳐도 염려될 게 없었다. 내 소리를 기꺼이 덮어 아낌없이 자기 것으로 가져가서 껴안아 줄 파도가 있으니, 그저 자궁  아기만큼이나  평온했다.


그러니 난 6년 전 그때,  몬레 포 비치의
파도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변함없이 달려와 껴안아 준,
속 깊은 벗이자 어머니였으니.








이전 13화 꽃결 물결 풀결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