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만 안 불렀어도, 게임은 안중에 없었다.
오늘 아침엔 60.80이다. 게임에 이기려면 57.99가 돼야 하니 아직 2.81을 더 빼야 한다. 살다 보니 별별일을 다 겪는다더니 내 평생 살을 빼기 위해 돈을 걸고 게임까지 해본다. 발단은 내 숫자가 61.00까지 올라가서다. 엄마, 살찌면 심장에도 안 좋아. 살 좀 빼. 라며 같이 사는 딸은 마치 내가 살찌는 게 자기 책임이라도 되는 듯 아침저녁으로 나의 숫자를 체크한다.
숫자 체크만으로 안 되겠는지, 며칠 전에는 딸이 낯선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고 제의를 한다. 엄마, 4월, 부활절에 언니가 오잖아. 언니 알지 엄마. 우리 살찌는 거 싫어하잖아. 우리 언니 오기 전에 3킬로 빼는 사람한테 150불 상금으로 주기로 하자. 엄만 지금 61이니까, 57.99까지 빼면 돼. 만약 언니 올 때까지 못 빼면, 그 이후부터는 50불 깎여서 100불로 할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남는 장사여서 딸의 제의를 덥석 물었다. 그거 좋다. 근데 너도 생각보다 많이 나간다. 하긴 엄마보다 4센티나 키가 더 크니까 이해는 하는데, 난 너만 할 때 49밖에 안 됐었는데. 그러자 딸이 얼른 되쏜다. 아우, 엄마, 그 소리 100번째인 거 알지. 헤헤. 크크. 우린 그렇게 서로 한바탕 웃고 나서, 야심 찬 프로젝트, 아니 며칠 전부터 배부른 게임에 돌입했다.
딸이 퇴근하면 같이 먹던 저녁을 난 6시까지 후딱 먹는다. 아으나, 마이 먹어.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고, 맛있지? 내가 그러면 딸은 한 수 더 뜬다. 아우, 울 엄마 배고프겠다. 엄마, 자다가 배고파서 꼬르륵거리지 말고 지금 더 먹어놔. 어서, 자자, 더 먹으세요. 서로가 150불 받는 게임에 이기려고 이상야릇한 전략을 써먹는다. 뱃살 빼려다 모녀사이 격부터 빠질 것 같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150불에 감금되면 안 되겠다 싶어, 엄마답게 정신을 바로 가다듬었다.
게임에 승리할 나만의
세 가지 전략을 세웠다.
나도 한국사람이라 삼 세 판을 좋아하니까. 하나, 매끼 먹는 식사양을 줄인다. 또 하나, 매식사 후 체중계 숫자를 체크한다. 또또하나, 매일 숫자 100그램 이상씩 줄인다.
그래도, 격이 좀 빠지더라도 날이 갈수록, 돈 따먹기 게임은 스릴을 더 한다. 난 매일 야심 차게 다짐을 한다. '내가 꼭 이기고 말 테다.' 헉, 그런데 100 빠지는 건 고사하고, 어디서 못 보던 25가 무단침범해 있었다. 어쩌나, 3.26을 더 빼야 한다.
자식 돈 따먹기 쉽지 않네.
* 오늘의 반성 : 45g 이 불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음식섭취량은 줄였으나,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서다. 저녁에 6000보를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