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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Mar 02. 2024

비 오는 아침의 침묵들


얼그래이 티를 한 잔 내린다.

책을 읽으려고 베란다로 나온다.

빗방울 사이로 침묵하는 사물을 만난다.

덕분에 책은 뒷전으로 밀려다.

책 대신 마당의 행간읽는다.


빨랫줄에 물방울이 글동글 다. 

방울이 표면장력을  거린다.

작은 물방울에서 명이 감지된다. 해가 뜨면

세상에서 가장 맑은 빛을 발현할 테고

내가 한눈팔 때 물방울은 사라 테다. 처럼 물방울들을 걷어들인 적이 없다. 물방울한테 안녕이라 말해 본 적없다. 그들이 떠나는 뒤태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수돗가 물뿌리개들이 휴식에 들었다.

요즘은 비 오는 날이 잦다. 물뿌리개 둘은 롱 홀리데이에 들었다. 파란색 빨강 두 물뿌들은 제 몸에 부착된 샤워기가 낡아 부서져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빨간색 물뿌개가 초록색 워기를 제 몸의 한 지체로 빌어 수 있다. 강이 물을 다 뿌리면 파랑 초록색 작은 지체를 다정한 손처럼 끼우고 잔잔히 물을 뿌린다. 꽃들이 목마를 때 요긴하게 물을 준다. 오늘은 두 물뿌리개가 나란히 쉬는 중.

     

       !


비의 리듬을 깨지 않으려

새떼 고요히

하늘을 건너간다.


탁자 위 사물들은

순명인 듯 주인을 기다린다.

책 속의 한글과 찻잔 속 찻물이

그런 점에서 서로 닮아있다.

열쇠 또한 고요 침묵 .


빗소리 바람소리 서로 다정하다.





침묵 하나,




침묵 ,




침묵 ,


침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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