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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배우고, 자유를 얻다.

by Sanga Kim Aug 23. 2023

살면서 딱히 수영을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난데없이 수영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1학기때 수영수업을 신청했다. 그때의 선택은 교환학생을 통틀어 최고로 잘한 일이다.

따로 시간을 내어 수영연습을 하러 갔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너도나도 평영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평영은 물밖에서 걷는 것만큼 편안해 보였다.

나도 수영을 잘하고 싶어서 친구들과 종종 수영장에 가곤 했다. 재밌어 보이길래 다이빙도 몇 번 해보았다. 다이빙대에 서면 온갖 생각이 날 주저하게 만들지만, 에라 모르겠다 하고 뛰면 그저 재밌다. ‘풍덩’하고 물속 깊이 잠기는 느낌이 내 발을 다시 다이빙대로 향하게 한다.




그렇게 여름방학이 왔다.

여름여행에서 바다가 빠질 수 없다. 친구들과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에 갔을 때, 처음으로 수영을 해서 발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보았다.


어설프게라도 수영을 할 줄 알게 되니 발이 닿지 않는 곳으로도 가보고, 물에서의 행동 범위가 무한이 되었다.


물론 아직 해변과 거리가 먼 깊은 곳은 무섭다. 하지만 발이 바닥에 닿지 않을 때의 공포감은 점점 사라지는 중이다.


아말피 해변에서 희진이랑 수영 중
몰타에서 수영 잘하는 은유 믿고 따라가는 중                                    (가장 깊이 있는 머리 두덩이)


바다에 갈 때마다 이제라도 수영을 배우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해안 끝 절벽에서 다이빙하는 무리를 여럿 봤다. 그들은 깊은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뛰어내리는 순간, 그들에겐 온몸이 잠기게 될 물이 얼마나 깊은지에 대한 두려움 따윈 없다. 충분한 수영을 할 줄 알기 때문에 물이 얼마나 깊든 상관없는 것이다. 깊은 수심이 주는 공포감에서 벗어난 그들이 내 눈에 누구보다 자유로워 보였다.


그들에게 바다는 친구 혹은 그 이상으로 편한 존재인 듯했다. 끝이 어딘지 보이지도 않는 깊은 곳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뛰어들 수 있는 그들이 부러웠다.​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어려서부터 물과 친해질 기회가 많았겠지. 나도 바다 가까이 살았었으면. 어렸을 때부터 물을 접해서 저렇게 물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으면.​


유럽에서 바다든 수영장이든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면, 젊은 층도 많지만 아기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눈에 띄게 많다. 한국에서 쉽게 볼법한 풍경은 아니기에 유럽이 문화적 측면에서 부유하다는 걸 유럽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체감할 수 있다.


비단 수영뿐만이 아니다. 카페, 극장, 지하철, 공원 어디에서든 노인과 아이는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발이 닿지 않는 물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해주는 것. 이 재밌는 걸 왜 이제야 배웠는지


이곳에 와서 소중한 하나의 취미가 생겼다.​




니스 바다는 육안으로 보았을 때 두 가지 색을 띤다. 해변과 가까운 비교적 얕은 곳은 연한 하늘색. 깊은 곳은 청바지처럼 진한 파란색이다. 바다 깊이 들어갈수록 물은 더 시원해진다.

나는 아직도 진하고 차가운 곳까지 헤엄쳐 간 후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의 짜릿함을 잊지 못한다. 내가 있는 곳과 해변 근처의 바다는 확연히 달랐다. 내가 떠있던 곳은 더 시원했고, 푸른 청색이었다.


빨간통이랑 가까이 있는 머리 나


바다수영을 몇 번 하고 나니 자연스레 물에 들어가는 것을 서슴지 않게 되었다. 니스 구시가지 거리를 돌아다니다 햇빛이 너무 강해서 활동하기 힘들 때, 수영복이 없었지만 아 몰라하며 속옷만 입은 채 바다에 들어갔다.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워낙에 독특한 사람이 많기 때문일까, 그들은 어지간한 일이 아닌 이상 남에게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몸매가 좋든 아니든 젊든 늙었든 여자는 대부분 비키니를 입고, 남자는 상의를 탈의한다. 가슴을 드러내고 태닝 하는 사람도 자주 볼 수 있다. 유럽이 내게 주는 자유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수 있는, 내가 지금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좋다.


네모팬티 입고 바다들어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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