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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 Jan 01. 2022

속수무책의 그리움

텅 빈 굴뚝으로 들어오는 바람

성냥을 긋는다

외로우려고 사랑하지

심지 끝에 위태롭게 매달린 불꽃

새벽 냄새가 어두운 침실을 밝히고


달콤한 막대 사탕을 아끼며 빨아먹다가

알이 점점 작아지는 걸 눈치채고 울어버리는 아이처럼

행복할수록 더욱 가까워지는 미래

나의 사인(死因)은 너의 부재

벽난로에 맺힌 한숨은 땔감이 되어

타닥타닥 거실을 덥히고


혼자 떠먹는 수프가 제법 자연스럽다

숟가락의 묵묵한 춤

식탁은 쩔쩔매면서 명랑한 소리를 내고

텅 빈 굴뚝으로 들어오는 바람

불청객을 피해 커튼으로 입구를 막는다

친밀한 고립


귓가에 균열이 있어

틈으로 들어와 자꾸, 목소리가

눈보라의 목소리가 들어와

오늘 밤이 고비라고 했어

잘그락 잘그락 찻잔 흔들리는 소리

밖에 세워둔 눈사람, 품에 안고 잘 거야?

녹아 없어지게 둘 거야?


펄펄 이마가 끓고

목덜미와 입술은 돌처럼 건조하고

쇄골뼈에는 한기가 담겨 있는데

뜨거워서 앞이 안 보이는데

텅 빈 굴뚝으로 바람이 들어오고

없는 얼굴로 너는

덜컹거리며 웃고 있다 유리창 너머로

몇 개인지 맞춰보라는 듯이 손가락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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